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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팬픽

좀비가 먹어줍니다!

 

어이~ 레이무.”

 

평소와 같이 평화로운 하쿠레이 신사. 오늘도 평소와 같이 빗자루를 탄 마리사가 하늘에서 내려와 레이무에게로 다가갔다.

 

신문 봤냐?”

 

, 봤어.”

 

마리사는 신사 툇마루에 앉아있는 레이무의 앞에 신문을 활짝 펴고는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좀비 주인을 찾습니다! 환상향에 주인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좀비 출현! 좀비는 눈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니 발견할 경우 즉시 도망칠 것. 이렇게 적혀 있는데?”

 

그렇더라고.”

 

레이무는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말하면서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홀짝거렸다. 마리사는 그런 레이무의 반응이 어이가 없다는 듯 신문을 확 접어 내렸다.

 

그게 다냐?”

 

그거 말고 또 뭐가 있는데?”

 

뭐긴 뭐야! 그 좀비 바로 여기 있잖아! 여기 신사 앞마당에!”

 

마리사가 손가락으로 좀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대로 레이무의 신사 마당에는 평소 선인이 데리고 다니던 좀비, 일명 신문에서 말하는 주인 잃은 좀비인 요시카가 땅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가끔씩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며 신문에 적힌 대로 바닥에 떨어진 것들은 보이는 대로 전부 먹어대고 있었다.

 

주인을 찾아줘야지, 왜 여기에 있는데?”

 

그 주인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말이지.”

 

레이무는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그 반응으로 보아 이미 몇 번이나 좀비의 주인인 선인을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찾아봐도 없는 걸 어떡해.”

 

도교 쪽에는 가 봤고?”

 

당연히 가 봤지.”

 

레이무는 간단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 말에 마리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도교 쪽에 가봤다고?”

 

레이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좀비는 거기 놔두고 오면 되잖아. 뭐하러 다시 데려온 건데?”

 

레이무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한껏 기세등등한 자세로 마리사를 내려다보았다.

 

후훗. 아직 멀었구나 마리사.”

 

? 뭐가?”

 

잘 보라고. 저 녀석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레이무가 바닥을 기어 다니는 좀비를 가리켰다.

 

뭐 하기는. 그냥 떨어진 낙엽이나 주워 먹고 있는데..?”

 

그래! 바로 그거야. 저 녀석이 저렇게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주워 먹고 있으면 내가 힘들게 치우고 다닐 필요가 없단 말씀!”

 

마리사의 입이 어이가 없다는 듯 떡 하고 벌어졌다.

 

좀비를 마당 청소용으로 쓰고 있었던 거냐?”

 

내가 먹인 게 아니잖아. 계속 저렇게 스스로 뭔가를 먹고 다니는걸. 자칫 잘못해서 중요한 걸 먹어버릴 바에야 쓰레기라도 먹이는 게 낫지.”

 

레이무의 말대로 요시카는 땅을 이리저리 기어 다니며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 먹어 치우고 있었다. 그것이 나뭇잎이든 작은 벌레든 굴러다니는 종이 쪼가리든 입에 닿는 것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전부 먹어 치웠다. 그런 좀비의 모습이 신기하기라도 한 듯 마리사는 가까이 다가가 요시카의 몸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야 너, 그걸 왜 먹어? 그게 맛있냐?”

 

우어어어~”

 

그게 맛있냐고?”

 

우아아우우~”

 

마리사는 질문을 바꾸어 계속 물어봤지만 요시카는 계속 좀비 같은 소리만 낼 뿐이었다.

 

이 녀석 왜 이래? 원래 말할 수 있지 않았나?”

 

몰라, 내가 봤을 때부터 계속 그 상태였는데. 고장 났나?”

 

마리사의 질문에 레이무도 고개를 저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마리사의 허리춤에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잡아끄는 듯한 느낌, 마리사는 고개를 돌려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잠깐 한눈판 사이 요시카가 마리사의 허리춤에 주렁주렁 매달린 마법 물약들 중 하나를 입에 물고 늘어져 있던 것이다.

 

아앗, 이 녀석!”

 

마리사는 재빨리 요시카를 잡아떼어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요시카는 물고 있던 것만은 놓지 않았다. 요시카는 순식간에 물고 있던 것을 입안으로 집어넣어 삼켜버렸다.

 

, , 그건 먹는 게 아냐. 얼른 뱉어.”

 

마리사는 요시카의 몸을 숙이고 등을 두드려 보았지만 요시카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입을 강제로 벌려 안을 확인해 보아도 이미 내용물은 목 뒤로 넘어간 뒤였다.

 

별로 상관없지 않을까? 어차피 죽었잖아.”

 

레이무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정말이네. 원래는 피를 토하면서 쓰러져야 하는데.”

 

아우우~”

 

레이무의 말대로 요시카는 인체에 치명적인 마법약을 먹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마리사는 그런 좀비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머리를 굴렸다.

 

이 녀석, 정말로 뭐든지 다 먹나?”

 

적어도 바닥에 떨어진 건 잘 먹어.”

 

호오...

 

마리사는 흥미가 가득한 눈빛을 하더니 손에 쥐고 있던 신문을 반으로 쭈욱 찢어 요시카에게 내밀었다. 요시카는 쭈글쭈글하게 구겨진 신문을 입에 물더니 마치 면 요리를 먹듯 후루룩 삼켜버렸다.

 

정말 잘 먹네.”

 

너무 갖고 놀지 마. 걔는 내 일 도와주는 중이란 말이야.”

 

아니... 혹시 이 능력을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다른 용도? 예를 들면?”

 

쓸모없는 것들은 전부 먹여버리는 거지. 힘들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어서 좋잖아? 정말로 뭐든 먹는다는 가정하에 얘기지만.”

 

레이무도 마리사와 마찬가지로 퀭한 눈으로 꼼짝도 않고 서 있는 요시카를 보며 골똘히 생각에 빠졌다.

 

확인해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래! 마침 좋은 게 있어.”

 

레이무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손가락을 탁 하고 튕기며 신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다시 신사 밖으로 나온 레이무는 손에 집게 하나를 들고나왔다. 그 집게의 끝에는 무언가 검은 물체가 집혀져 있었다.

 

그건 뭐야?”

 

아웅이 똥.”

 

레이무가 집게에 집힌 그것을 마리사에게 가까이 보여주며 말했다.

 

어어어~ 들이대지 말라구.”

 

이걸 먹여보는 거야. 안 그래도 처리하기 곤란했는데 마침 잘 됐어.”

 

하긴. 그런 것까지 먹었다간 정말 못 먹을 게 없겠어.”

 

레이무는 집게로 집은 똥을 천천히 요시카에 입에 들이댔다. 요시카는 멍하니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똥이 입술에 닿는 동시에 그것을 덥석 물었다. 이내 꿀꺽 하는 소리와 함께 말끔해진 집게가 입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두 사람은 마치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 마냥 환호성을 질렀다.

 

먹었다!”

 

해냈어! 우주 최강 쓰레기통의 탄생이야!”

 

우아아아우~!”

 

자기가 먹은 게 뭔지 알기나 하는 건지 요시카는 신나서 만세를 외치는 레이무와 마리사를 따라 양팔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런 요시카의 팔을 덥석 잡으며 레이무가 외쳤다.

 

좋았어! 바로 사업 시작이다!”

 

? 사업?”

 

뭐야 마리사. 설마 이렇게 좋은 걸 우리 둘만 쓸 생각이었던 건 아니겠지?”

 

레이무는 요시카의 팔을 잡아끌었다. 마리사가 뭐라 더 묻기도 전에, 레이무는 이미 요시카를 집어 든 채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어이! 어디 가는 거냐구~”

 

가면서 설명해 줄게! 빨리 따라와!”

 

마리사도 곧바로 빗자루에 올라타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레이무와 마찬가지로 요시카를 잡아 들었다. 요시카는 그렇게 레이무와 마리사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날아갔다.

 

 

 

역시 레이무야. 돈 버는 덴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까.”

 

이 정도는 기본이지.”

 

호수 근처의 붉은 저택. 홍마관의 근처에 다다른 두 사람은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홍마관의 오후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정원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고, 레밀리아와 파츄리는 그 아래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우아한 서양식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한적한 점심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들 앞으로 불청객이 다가오는 것을 본 레밀리아와 파츄리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여어! 오랜만!”

 

마리사의 밝은 인사에 두 사람은 노골적으로 표정을 구기며 맞이했다.

 

너무 그렇게 싫어하지 말라구. 오늘은 좋은 걸 소개시켜 주러 왔으니까.”

 

좋기는 무슨. 또 이상한 마법 도구 같은 거나 만들어 왔겠지.”

 

아쉽지만 오늘은 아니야. 대신 더 좋은 걸 가져왔지.”

 

마리사가 잡담을 나누는 사이 레이무는 요시카의 몸을 질질 끌고 와 두 사람 앞에 내세워 보였다. 레밀리아와 파츄리 앞에 선 요시카는 입을 쩌억 벌리고 침을 흘리며 두 팔을 앞으로 추욱 늘어뜨렸다.

 

이건 또 뭐야?”

 

좀비야.”

 

그냥 좀비가 아니라 울트라 슈퍼 좀비지.”

 

마리사가 요시카의 등을 팡팡 치며 말했다.

 

처리하기 곤란한 게 있으면 말만 하라구. 그런 건 이 좀비를 이용해서 없애버리면 되니까.”

 

너희가 우리에게 쓰레기를 주고 돈을 지불하면 이 좀비한테 먹여버리는 거야. 한마디로 쓰레기통이지.”

 

좀비를 쓰레기통으로 쓰겠다고?”

 

레밀리아와 파츄리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먼저 입을 연 건 레밀리아였다.

 

어떻게 생각해?”

 

정신 나간 거 같애.”

 

그렇대. 하긴 너희들이 제정신이었던 적은 별로 없던 것 같지만.”

 

레이무는 혀를 차며 인상을 썼고, 마리사는 볼에 공기를 잔뜩 불어 넣었다.

 

너무하구만. 기껏 너희들을 생각해서 가져왔는데.”

 

아무래도 성능을 보여 줘야겠어. 마리사, ‘그걸꺼내.”

 

, 하는 거냐?”

 

당연하지.”

 

오케이.”

 

마리사는 레이무를 향해 엄지를 척 하고 내밀어 보이더니 곧바로 검은 봉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집게로 봉투 안을 뒤적거려 그 안의 내용물을 꺼내 두 사람의 눈앞에 내밀어 보였다.

 

이건 개똥이야.”

 

우리도 보면 알아.”

 

밥 먹는데 꼭 그걸 꺼내야겠어?”

 

인상을 찌푸리는 파츄리와 몸을 뒤로 내빼는 레밀리아의 반응에도 마리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응이 재밌기라도 하다는 듯 집게를 요시카의 눈앞으로 가져가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 네가 좋아하는 먹을 거야. 어때? 먹고 싶지? 그치?”

 

우아아아우~”

 

눈앞에 흔드는 방식이 제법 성공적이었는지 요시카는 바로 양팔을 휘적거리며 입을 벌렸다. 마리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벌어진 입안으로 똥을 던져 넣었다. 요시카는 즉시 입을 다물어 삼키더니 이내 말끔해진 입안을 벌려 보였다.

 

어떠냐!”

 

퍽이나 대단하다.”

 

! 이런식으로! 우리가 너희들의 쓰레기를 몽땅 처리해주겠다는 말이지! 이런 커다란 저택이니 나오는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하겠지?”

 

마리사의 기대와 달리 두 사람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필요 없어. 돌아가.”

 

레밀리아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다음엔 정상적인 것 좀 가져와. 아니, 그냥 오지 마.”

 

파츄리도 고개를 돌렸다. 그 둘에게 레이무는 오히려 여유로운 말투로 비꼬듯이 반박했다.

 

글쎄. 너희들한텐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과연 사쿠야도 그렇게 말할까? 매일 같이 집안일을 하는 메이드라면 이 최신식 쓰레기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을걸?”

 

? 저기 사쿠야 아니야? 저기 문 열고 나오는 녀석.”

 

마리사가 손가락으로 홍마관의 정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리사의 손이 가리킨 곳엔 그 말대로 사쿠야가 홍마관의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사쿠야도 레이무와 마리사와 눈이 마주치고는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이야기를 할 때 마침 나오다니 제법 눈치가 있는 녀석이네.”

 

너희들, 또 뭐하러 온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저 멀리 문을 열고 나오던 사쿠야가 눈 깜짝할 새에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나며 말했다.

 

신제품을 소개해주고 있었지.”

 

너한테 꼭 필요한 거야.”

 

사쿠야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레밀리아와 파츄리의 식탁을 치우고 그 자리에 가지고 온 과자와 홍차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레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 했다.

 

잠깐 잠깐. 사람 말 정도는 듣고 가라고.”

 

정말 좋은 거라니까?”

 

레이무와 마리사가 황급히 사쿠야의 앞길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너희가 좋은 걸 가져왔을 리가 없잖아.”

 

일단 들어나 보라구. 너희들, 이 집의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지?”

 

어쩌긴, 일단 인간 마을로 가져가야지. 거기 돈을 받고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곳이 있으니까. 대부분의 쓰레기들은 거기로 모일 거고, 많이 모이게 되면 소각장으로 가서

 

오케이~ 거기까지! 그 이상은 들어줄 필요도 없어!”

 

마리사가 손바닥으로 사쿠야의 입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우리한테 맡기라구. 이런 것쯤은 순식간에 처리해줄 테니까.”

 

그것도 인간 마을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사쿠야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레밀리아를 쳐다봤다.

 

신경 꺼 사쿠야. 어차피 쓸데없는 얘기야.”

 

레밀리아가 손을 내저으며 사쿠야를 돌려보내는 걸 가로채듯 레이무와 마리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두 사람은 요시카를 사쿠야 앞에 내세우며 열렬히 지금까지 했던 설명들을 늘어놓았다. 가지고 온 개똥도 요시카의 입을 벌려 전부 쏟아부었다. 사쿠야는 두 사람의 설명을 가만히 다 듣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대단해! 그런 좋은 방법이 있을 줄은!”

 

사쿠야가 손바닥을 착 하고 마주치며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레밀리아와 파츄리의 표정은 더욱 절망적으로 변했다.

 

돈은 당장 낼게. 쓰레기를 전부 처리해주는 거지?”

 

안돼 사쿠야. 못 들었어? 좀비한테 먹인다잖아.”

 

뭐 어때요. 어차피 죽은 녀석인걸.”

 

사쿠야의 호의적인 반응에 레이무와 마리사는 음흉한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에 레밀리아와 파츄리는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저런 괴상한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거야?”

 

절대 안 돼! 나중에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모른다고!”

 

부탁이에요 아가씨. 아가씨가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드셔서 마을까지 옮겨야 할 쓰레기봉투가 한두 개가 아니에요. 파츄리님 도서관 관리비 때문에 이제 돈도 많이 없고요.”

 

레밀리아의 입이 굳어버렸다. 파츄리도 시선을 피하고 딴청을 피웠다.

 

결정됐구만.”

 

말했지? 분명 우리 말대로 될 거라고.”

 

레이무가 고개를 숙이고 입을 꾹 다문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쿠야는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것에 마냥 기뻐하며 홍마관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레이무와 마리사도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럼, 잘 부탁해.”

 

맡겨만 주시라~!”

 

사쿠야는 훈훈하게 웃는 얼굴로 홍마관 내부를 안내했고, 레이무와 마리사는 요시카를 끌고 다니며 집안일을 처리했다.

바닥에 어질러진 쓰레기, 주방에 쌓인 음식물 찌꺼기, 요정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부터 홉고블린들이 입다 버린 속옷까지. 요시카는 자기 몸집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들을 전부 먹어 치웠다. 홍마관은 어느 때보다도 깨끗해졌고, 두 사람은 사쿠야에게 간만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줬다. 물론, 마지막엔 대금을 톡톡히 받아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야~ 벌었다. 벌었어. 그 녀석들 쓸모는 없으면서 돈은 많단 말이야.”

 

레이무가 손에 들린 지폐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말했다.

 

다음은 어디로 갈 거야?”

 

마리사도 레이무의 옆을 나란히 걸으며 홍마관에서 나오기 전 빼돌린 과자 몇 조각을 입에 쑤셔 넣으면서 말했다.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가야지.”

 

인간 마을부터 둘러볼까?”

 

아니, 거긴 아니야. 일단 돈이 많은 녀석들부터 먼저 찾아가야지. 그리고

 

레이무가 발걸음을 멈추고 마리사를 빤히 쳐다봤다.

 

뭐야, 좀비 어디 갔어?”

 

마리사도 그제서야 이상함을 눈치채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 어디로 간 거지? 분명 옆에 잘 따라오고 있었는데.”

 

레이무와 마리사는 주변을 몇 번 더 두리번거리다 동시에 왔던 길을 되돌아봤다. 요시카는 오던 길을 멈추고 길 한복판에 가만히 서 있었다. 멍하니 침을 흘리며 두 팔만 앞으로 내밀고만 있을 뿐, 작은 미동조차 없었다.

 

뭐야. 왜 멈춘 거지?”

 

레이무와 마리사는 서둘러 달려가 요시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리저리 만져보고 몸을 두드려 보기도 했지만 요시카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이러지? 진짜로 고장 났나?”

 

어이, 빨리 움직여. 우린 아직 벌어야 할 돈이 많다고.”

 

우아......”

 

레이무는 마치 작동하지 않는 기계를 다루듯 요시카의 몸을 발로 쾅쾅 찼다. 그러자 요시카는 입을 쩌억 벌리고 턱을 아래로 쭈욱 늘어뜨렸다.

 

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뭐야 이거! 왜 이래!”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좀비의 괴성에 레이무와 마리사는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구와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악!!”

 

진짜 고장 났잖아! 어쩔 거야?”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가 발로 차서 고장 났잖아!”

 

레이무와 마리사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이, 두 사람의 발밑 바로 아래 둥그렇게 원의 모양이 새겨졌다. 원의 모양이 새겨진 땅은 푹 하고 꺼지더니 바닥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시선은 자연스레 구멍 안으로 향했다.

 

그건 알람음이에요~”

 

발밑의 구멍 속에서 선인이 불쑥 튀어나오며 말했다.

 

우왓! 깜짝이야!”

 

넌 또 뭐야?!”

 

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요시카의 비명 속에서도 생글생글한 웃음을 잃지 않는 청아가 구멍 속에서 기어 나와 요시카의 곁으로 향했다.

 

부적에 설정해둔 알람이 작동했나 보네요. 덕분에 찾았어요.”

 

알람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좀 어떻게 해봐!”

 

구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요시카 조용~”

 

청아가 요시카의 머리를 톡 하고 쳤다. 그러자 요시카는 마치 알람 시계가 꺼지듯 곧바로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 레이무와 마리사도 틀어막았던 귀를 열고 어이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조용해진 좀비와 청아를 바라봤다.

 

뭐였어? 그건?”

 

특정 조건이 만족하면 알람을 울리게 설정해 놨거든요.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게 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우리 요시카가 노래엔 재능이 없어서

 

노래를 못 부른다고 그딴 걸 알람 소리로 해 놔?”

 

~ 아우우~”

 

다시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온 요시카는 청아를 만나 기쁜 듯이 몸을 삐걱거렸다. 청아도 그 모습이 귀엽다는 듯이 요시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요시카. 집에 갈까?”

 

우아우우우~”

 

잠깐!”

 

요시카를 데리고 돌아가려는 청아의 앞길을 레이무가 가로막았다.

 

이 좀비를 데려가려면 공짜론 안되지. 그동안 우리가 보살펴 줬으니 적어도 사례는 받아야겠어.”

 

레이무가 청아의 얼굴에 불제봉을 바짝 들이대며 말했다. 마리사는 레이무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지, 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후훗. 물론이죠. 그 정도는 해드려야죠.”

 

? 정말로?”

 

그럼요. 마침 수입도 들어왔으니까요.”

 

청아는 곁눈질로 요시카를 가리켰다.

 

요시카는 만능이라 돈벌이로도 쓸 수 있거든요. 이렇게 일시적으로 자아를 지우고 뭐든지 먹게 하면 돈이 될만한 것들을 물어와요. 동전이나 금품 같은 거, 가끔은 희귀한 것도 삼키죠. 뱃속에 주술을 걸어놔서 용량도 널널해요.”

 

그랬던 거였나. 어쩐지 끝도 없이 먹더라니.”

 

방금 전 알람 소리는 그 용량이 거의 다 찼다는 신호였어요.

 

거봐. 내가 고장낸 게 아니잖아.”

 

레이무가 마리사에게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마리사는 가볍게 무시하고 다시 청아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좀비가 많이 먹은 게 뭔 상관인 건데?”

 

이제부터 제 능력으로 요시카의 배를 뚫을 거에요. 그럼 그동안 삼켰던 것들을 꺼낼 수 있겠죠?”

 

청아가 머리에서 비녀를 빼내어 살살 흔들어대며 말했다.

 

그렇네. 정말 쓸모있는 능력... 잠깐, 그렇다면 사례라는 건?”

 

뱃속 안에 있죠. 걱정 마세요. 지금 바로 꺼내 드릴 테니까요.”

 

청아가 비녀로 요시카의 배를 통통 두들겼다.

 

소리를 들어보니 배가 꽉 찼네? 우리 요시카 뭘 이렇게 많이 먹었을까?”

 

그건

 

청아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손에 든 비녀를 요시카의 배로 가져갔다.

 

으아아아~ 잠깐! 멈춰!”

 

레이무와 마리사의 다급한 손사래에 청아의 비녀가 멈춰 섰다. 청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 하지만 아까는

 

, 사례? 그런 건 됐어. 이 정도 선의는 베풀고 살아야지. 그치 마리사?”

 

? 어어물론이지. 당연하지!”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음 지으며 뒷걸음을 쳤다.

 

그럼 우린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 잘 있으라구!”

 

두 사람은 좀비로부터 멀찍이 떨어지더니 이내 도망치듯 달아나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한바탕 소란이 휩쓸고 간 자리에 청아는 혼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왜 저러는 걸까?”

 

아우우~”

 

, 상관없나.”

 

청아는 손에 든 비녀를 다시 요시카의 배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아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저 욕심 많은 둘이 어째서 아무런 사례도 받지 않고 가버린 걸까. 그에 대한 답은 좀비의 배를 뚫고 쏟아져 나오는 것들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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