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났어.”
레이무가 자신의 입을 쫙 벌려 손가락으로 가장 안쪽의 어금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유카리가 몸을 숙여 레이무의 입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말대로 입안의 가장 안쪽엔 평소에 없던 이빨이 새롭게 나 있었다.
“흠... 레이무도 벌써 그런 나이가 된 건가?”
“뭔 소리야. 이빨이 새로 생긴 거랑 나이랑 무슨 상관인 건데.”
레이무가 투덜거리는 말투로 쏘아붙였다. 새롭게 난 이빨은 다른 이빨만큼 고르게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때마다 큰 불편함을 주었다. 최근 레이무가 신경은 상당히 날카로워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건 ‘사랑니’라고 하는 이빨이야.”
“사랑니?”
레이무는 생전 처음 듣는 이빨의 이름에 궁금증을 가득 품은 얼굴로 물었다.
“그래. 그 정도 나이가 됐으면 나올 때도 됐지.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니까 걱정 마.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이빨이야.”
“나이를 먹으면 이가 생긴다고?”
레이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유카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야, 입 벌려봐.”
“왜?”
“넌 이빨 몇 개나 있는지 보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유카리는 화를 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나름 진지한 표정의 레이무를 보고 다시 말을 정정했다.
“나이가 많아진다고 계속 나는 건 아니야. 그리고 요괴는 그런 거 안 나. 사랑니가 나는 건 인간뿐이라구.”
“그런 거야?”
“그래. 인간이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무사히 자랐다는 증거지. 하지만 그렇게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야. 사랑니는 염증이 생기기 쉬우니까. 게다가 그렇게 다른 이빨과 딱 붙어 있으니 만약 염증이 생겨 썩으면 옆의 이빨도 같이 썩어버리게 될 거야.”
“뭐야. 이거 그렇게 성가신 거였나...”
레이무는 새롭게 난 이빨을 혀로 살살 건드려보며 투덜거렸다.
“어떻게 할 방법은 없을까? 씹는 것도 불편하고 이가 썩는 것도 싫은데.”
“방법이라면 있어.”
“뭔데?”
레이무는 잔뜩 기대에 부푼 눈빛으로 유카리에게 다가갔다.
“뽑아야지.”
“뽑아?”
레이무는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유카리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사랑니가 난 건 뽑아야 해. 당연한 거야.”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하는 게 좋지. 가만 놔두면 본인은 물론 다른 이빨까지도 함께 썩어버리게 만드니까.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없애 버리는 게 이득이라구.”
유카리의 말을 듣고 레이무는 무슨 말을 꺼내려다 잠시 말을 멈췄다.
“‘없애는 게 이득’이라...”
레이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유카리의 얼굴을 보았다. 유카리는 언제나처럼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담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저나 멀쩡한 이를 뽑는다니,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되는 일이야?”
“뭐, 그건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뽑는 건 내가 해줄 테니까.”
유카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 그렇구나! 이와 잇몸 사이의 경계를 분리시키면 안 아프게 뽑을 수 있는 건가. 편리한걸.”
“아니, 손으로 뽑을 건데?”
“어째서! 능력을 쓰라고! 능력을!”
“그치만~ 그쪽이 더 재밌는걸?”
유카리는 손가락으로 이를 잡아뽑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레이무는 그 손가락에 자신이 이빨이 뽑혀 나가는 것을 상상하고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그리고 능력을 써서 뽑아도 아픈 건 마찬가지야. 이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신경에 자극이 가해지는 한 덜 아플 순 있어도 안 아플 순 없어. 뽑고 난 후에도 이빨이 뽑힌 자리에 구멍이 나 있을 테니 며칠 동안은 계속 아플 거야. 만약 내가 네 몸의 경계를 나눠서 두 동강 낸다 해도 죽는 건 마찬가지잖아?”
“흠... 듣고 보니 그렇네.”
유카리의 이상한 예시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레이무는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를 다루는 요괴라는 뛰어난 조력자를 두고도 레이무의 선택지는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다. 문제가 되는 이빨을 놔둔 채 계속 불편하게 사느냐, 앞으로의 이득을 생각해 아픈 것을 참고 견디느냐.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이를 뽑는다니 역시 고민되는데.”
“급하게 결정하진 않아도 돼. 다만 너무 늦어버리면 손을 쓰기 어려울 거야.”
“너라면 어쩔 거야?”
유카리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다. 유카리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음... 미안하지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무녀라면 나머지는 어떻게 할지 스스로 알아보고 정하도록.”
유카리가 부채로 등 뒤의 공간을 탁 두드리자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틈새가 벌어졌다. 유카리는 그 틈새를 향해 몸을 돌렸다.
“뭐? 야! 왜 말을 하다 말고 가?”
“이건 내가 대신 결정해줄 문제가 아니야. 인간에게 생긴 문제인 만큼 인간 친구들끼리 의논해 보는 게 어때?”
“인간 누구?”
“인간이라면 주변에 많잖아. 산의 무녀라든가. 모리야의 현인신이라든가. 개구리 머리핀을 한 여자아이라든가.”
대놓고 누군가가 떠오르도록 유도하며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또 그 이름을 특정 지어 말하지 않고 돌려 말하는 것이 참 유카리답게 얄미워 보였다.
“야! 기다려!”
“그럼 이만~”
유카리는 손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고 틈새는 빠르게 닫혀버렸다.
“그렇게 된 거야.”
“그렇군요. 그런데...”
요괴의 산의 신사, 모리야 신사의 무녀 사나에가 레이무를 눈앞에 두고 말했다.
“그게 제 저녁밥을 뺏어 먹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
“하? 말했잖아. 사랑니가 났다고. 이가 났으니 축하의 의미로 이가 씹을만한 고기를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전 축하해준 적 없는데요.”
사나에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무는 묵묵히 고기반찬을 씹었다. 산의 텐구들이 대접한 고기인 만큼 맛은 훌륭했지만 사랑니가 난 레이무는 씹을 때마다 이빨에 불편함을 느꼈기에 마냥 즐거운 식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여기까진 뭐하러 오신 거예요? 물어볼 게 있다고 하시더니.”
“아 맞다. 그래서 유카리가 사랑니가 나는 건 인간뿐이라고 하는 거야. 인간인 너라면 혹시 뭐라도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와 봤지. 넌 혹시 이빨 새로 난 거 없어?”
“전 아직 없어요.”
레이무는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힘들게 산 정상까지 올라왔는데 아무런 정보도 얻어가지 못한다면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레이무에겐 실망을 넘어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레이무를 잘 알고 있기에 사나에는 말을 멈추지 않고 이어갔다.
“새로 나진 않았지만 알고 있긴 하죠. 애초에 사랑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하긴. 레이무씨는 인간은 거의 안 만나고 사랑니가 안 나는 요괴들만 만나니 모를 수도 있겠네요.”
“음? 그렇게 흔히들 알고 있는 거였나?”
“바깥 세계의 인간들 중엔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요괴는 만나지 않고 인간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니까요.”
그 말을 들은 레이무는 조용하던 낚싯대의 흔들림을 알아챈 낚시꾼마냥 잽싸게 반응하면 말했다.
“그래! 그것도 불만이야. 왜 이렇게 불편한 게 인간한테만 나는 건데? 요괴들도 이빨은 똑같이 있잖아.”
사나에는 레이무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사랑니는 인류 진화의 증거니까요.”
“진화?”
레이무는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사나에를 쳐다봤다. 레이무의 그런 반응에 사나에는 약간 들뜬 목소리로 설명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네! 예전의 인간은 지금보다 턱이 훨씬 크고 길었어요. 그만큼 이빨도 많았고요. 하지만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음식을 부드럽게 먹고 난 후로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이빨이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턱의 크기는 줄고 이빨의 개수도 줄어들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턱이 줄어드는 속도에 비해 이빨이 줄어드는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인간은 시대에 맞게 갈수록 진화해 가지만 이빨은 과거의 모습 그대로니까요. 사랑니는 이제 쇠퇴하고 사라져야 할 기관이지만 아직까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거죠.”
“결국 평범한 민폐 덩어리네.”
레이무는 혀를 차며 시큰둥하게 결론지었다.
“그런데 왜 그걸 저한테 물어보라고 한 걸까요? 레이무씨의 엄마 역할을 하는 틈새 요괴는 알려주지 않던가요?”
“뭐? 그 녀석이 왜 내 엄마야? 걘 그냥 가버렸어. 어떻게 할지는 스스로 알아보라면서.”
“혹시 본인도 몰랐던 게 아닐까요? 쥐뿔도 없으면서 있어 보이는 척 하는 게 그 요괴 특징이잖아요.”
“그 녀석 그런 이미지였나. 그 말 들으면 상처받겠는데.”
열심히 식사를 마친 레이무는 마지막 한 입을 넣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쨌든 이번엔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다 알면서 말 안 해주는 게 그 녀석 특징이거든.”
“매정한 부모네요.”
레이무가 인상을 쓰고 째려봤다. 유카리를 자꾸 부모 취급하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계속 지적한다고 해서 사나에가 말을 바꿀 만한 사람도 아니었다.
“아~ 됐어. 밥 다 먹었으니까 차라도 한잔 내와.”
레이무가 빈 밥그릇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사나에는 별 대꾸 없이 식탁의 빈 그릇들을 치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녹차로 괜찮으시죠?”
“뭐든 상관없어.”
부엌으로 간 사나에는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빈 그릇들을 정리하고, 찻잎을 찾고, 물을 끓이는 일을 하며 차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했다. 이따금씩 그릇이나 잔이 부딪치며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신사는 한없이 조용했다.
기다리기만 하는 침묵이 지루하던 레이무는 부엌에 있는 사나에에게 가볍게 물었다.
“너도 언젠가 사랑니가 날 텐데, 넌 어쩔 거야?”
“저요? 글쎄요. 그건 그때가 돼봐야 알겠지만 아마 안 뽑지 않을까요?”
“응? 왜?”
별생각 없이 던졌던 질문에 비해 대답은 의외였다. 레이무는 사나에라면 이런 방해되는 것 따위 한방에 뽑아버리는 타입이라고 생각했었다.
“넌 아직 안 나서 모르겠지만 이거 되게 거슬린다구. 물론 뽑는 것도 아프긴 하겠지만.”
“아픈 건 상관없어요. 전 레이무씨처럼 겁쟁이가 아닌걸요.”
레이무가 뜨끔했다. 유카리가 이를 뽑아주겠다는 말에 겁먹었던 것이 떠올랐기에 뭐라 할 말은 없었다.
“뭐야. 그러는 넌 얼마나 대단하길래 안 뽑는 건데.”
부엌에서는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끓는 물소리에 묻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사나에가 말했다.
“사랑니는 인류가 살아오기에 꼭 필요했던 거니까요.”
“그 얘긴 아까 했잖아. 그런데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이빨이라고.”
“네. 그래서 안 뽑겠다는 거예요. 쓸모가 없다는 말은 저희도 많이 들었거든요.”
레이무는 사나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늘 그렇듯 알아듣기 어려운 이상한 농담이나 하는 거니 생각했다.
“하긴, 너희들이 하는 짓은 쓸데없을 때가 많지.”
“너무하세요. 캇파들은 좋아한다구요.”
사나에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그 말은 바깥 세계에서 들었던 말이에요. 신과 신사는 이제 필요가 없으니까 방해만 될 뿐이라고. 바깥 세계에서 신은 이제 인류 발전의 발목만 잡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다들 신을 믿지 않고 신사를 없애려 해요. 좀 너무하죠. 지난 몇 천 년 동안 인간은 신이 없이는 살 수 없었는데, 이제는 방해된다고 말하면서 없애 버리다니. 저는 쓸모가 없는 것들이라도 남아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두 분과 함께 환상향으로 이사 오게 된 것도 그런 이유였으니까요.”
레이무가 말없이 차를 끓이는 사나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제 서야 사나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사라지면 허전할 것 같아요. 한때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것들인데.”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는 사나에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말을 하는 목소리는 평소만큼 밝고 명랑하지 않았다. 약간의 쓸쓸함이 섞인 듯한 목소리였다.
레이무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바로 내쉬었다. 농담이라도 던져보고 싶었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말은 그렇게 간단히 웃어 넘길만한 말이 아니었다. 바깥 세계에서 쓸모가 없어진 것들이 모인 세계를 지키는 것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유카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녀석이 왜 너한테 오라고 했는지 알 거 같아.”
“뭐, 만약 너무 문제가 된다면 뽑아야겠죠. 아직 결정한 건 아니에요.”
레이무는 차가 끓는 소리와 함께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사나에가 한 말에 대해서. 자신이 지키는 환상향에 대해서. 그리고 이내 결심을 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자, 여기요. 남의 밥을 뺏어 먹은 주제에 차까지 끓여달라는 게 괘씸해서 싸구려 찻잎으로 우렸지만 맛은 좋을 거예요.”
사나에가 찻잔 두 개가 놓인 접시를 가져오며 말했다.
“이만 돌아갈래. 덕분에 어떻게 할지 정했어.”
“예? 싸구려지만 맛은 좋은데요?”
그 말을 했을 때쯤 레이무는 이미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다음에 또 올게. 밥은 잘 먹었어.”
레이무가 다시 자신의 신사로 돌아왔을 땐, 이미 해가 완전히 내려앉은 뒤였다. 신사에는 아무도 없고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어둠만이 깔려있었다.
“야, 나와.”
레이무가 허공에 대고 말하자 잠시 후 허공에서의 틈새가 갈라졌다. 허공의 틈새는 꺼림칙한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레이무를 주시하더니 이내 눈을 감고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하네~ 좀 더 고운 말로 불러줘도 좋을 텐데.”
이윽고 경계의 요괴 유카리가 틈새를 비집고 빠져나와 그 틈새 위의 살며시 걸터앉았다. 낮과는 달리 어둠 속에서 달빛에 비치는 금발의 머리가 유난히 찰랑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는 정했어?”
“뽑기로 했어.”
“어머? 생각보다 되게 금방 정했네? 잘했어요. 잘했어.”
유카리는 레이무를 칭찬하기라도 하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가볍게 박수쳤다. 유카리의 그런 과도한 반응에 레이무는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전에, 물어볼 게 있어.”
유카리가 박수 치던 손을 멈췄다. 평소 장난스런 대화를 나누던 때와 달리 레이무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넌 왜 뽑으라고 하는 거야?”
“말했잖아. 그대로 놔두면 곤란해진다고.”
“정말 그게 이유야?”
“그래. 정말 그거야.”
무심한 듯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유카리의 말에 레이무의 인상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네가 사나에를 만나보고 오라고 한 이유는 알겠어. 낮에 대답을 회피하면서 멋대로 가버린 것도. 그래서 더 모르겠어. 왜 뽑으라고 하는 거야?”
레이무는 질문을 넘어 따지듯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사랑니는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고 쇠퇴한 것들. 네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것들이야. 바깥 세계의 발전을 피해 환상향을 만든 네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이상해. 낮에도 그랬어. 뒤처졌으니까 없애버리는 게 이득이라고? 넌 그런 거 싫어하잖아.”
유카리는 바로 대답하는 대신 들고 있던 부채를 넓게 펴 자신의 입을 가렸다. 가려진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레이무는 볼 수 없었다.
“잊혀진 것들이 사라지는 건 원하지 않지. 한때 소중히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는 건 누구라도 원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도 너는 그 이를 뽑겠다고 했지?”
“그래.”
“왜 그런 결정을 한 거야?”
그 질문에 레이무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뽑아야 하니까.”
유카리가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말대로야. 결계를 관리하고, 이변을 해결하고, 균형을 유지하고. 우리가 평소 하던 일은 사랑니를 뽑는 것과 마찬가지야. 환상향이라는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 흐름에 따라오지 못하는 것들은 제거해야만 해.”
레이무는 묵묵히 말을 들었다. 유카리도 레이무와 눈을 맞추고 말을 이어갔다.
“나무가 올곧게 자라기 위해선 가지를 쳐내야 하고, 인간이 바르게 자라기 위해선 필요 없는 기관은 없애야 하지. 세계도 마찬가지야. 무언가가 나아가기 위해선 무언가는 사라져야만 해. 나는 신과 요괴의 존재를 부정하는 바깥 세계의 인간들을 싫어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일인걸. 우리도 그렇게 살아왔고 우리도 그렇게 사라질 거니까.”
냉정한 듯 말하는 유카리의 목소리는 약간의 슬픔을 띄고 있었다. 레이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해했어.”
레이무의 한마디에 유카리가 입을 가리던 부채를 접었다. 그 입가에는 다시 평소와 같은 생글생글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자~ 자~ 아무튼 손으로 뽑겠다는 건 장난이었어. 그건 무녀로서의 각오를 시험해보려는 것뿐이었으니까. 뽑는 건 능력으로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조금은 덜 아플 거야.”
유카리가 걸터앉은 틈새로부터 내려와 지상에 발을 붙였다. 그리고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레이무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 레이무는 그런 유카리를 막아 세우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손으로 뽑아.”
“응?”
놀란 눈동자로 쳐다보는 유카리와 달리 레이무는 덤덤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 표정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각오가 새겨져 있었다.
“이거 기대 이상인데?”
“하쿠레이 무녀로서 받아들여야 할 일이야.”
그렇게 말하며 레이무는 입을 크게 벌렸다. 달빛도 그 입안을 비췄다. 레이무의 입안에서, 이제는 뽑아야만 하는 이빨이 그 모습을 보였다.
“정말 한다?”
“그래.”
“원망하기 없기야?”
“당연하지.”
레이무의 벌어진 입 사이로 유카리의 손이 들어갔다. 유카리는 손끝으로 레이무의 이를 더듬으며 가장 안쪽 사랑니의 위치를 찾아냈다. 마침내 손끝이 그 이빨에 닿았을 때, 유카리는 다시 한번 레이무의 얼굴을 확인했다.
레이무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이가 뽑혀 나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표정은 한 치 흔들림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각오와 함께, 유카리의 손가락이 가장 안쪽의 이빨을 강하게 잡았다.
그날 하쿠레이 신사에서 천장이 무너져 내릴듯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 이후, 한동안 레이무가 신사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회도, 꽃놀이도, 그 무엇에도 레이무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레이무는 자신의 신사에 틀어박혀 바닥을 나뒹굴며 아파하고 있었다. 턱을 집고 눈물을 글썽이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 옆엔 피에 물든 이빨 하나가 함께 나뒹굴고 있었다.
레이무는 자신에게 고통을 준 그 이빨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그마한 상자 안에 넣어 신사 어딘가에 소중히 보관해 놓았다. 시간이 지나면 이빨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새 살이 돋고 상처는 아물겠지만, 뽑은 그 이빨만은 언제까지나 신사에 남아 그곳에서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곳의 무녀는 이따금씩 상자를 열어 그 안의 이빨을 들여다보곤 한다. 이빨을 볼 때마다 무녀는 그때의 아픔을 떠올리곤 한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고, 많은 것들이 변하겠지만, 잊혀지고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들에 대한 아픈 기억만은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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