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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팬픽

무지개색 지네

거대한 그림자가 가로지른다.

기다랗고 검은 무언가. 거대한 광산 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거대한 무언가가, 선로망 위를 빠르게 가로질러 나아간다.

기다랗게 꿈틀거리는 그림자. 수많은 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여가는 그것은, 거대하게 뚫려있는 광산의 구멍 안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어둡고, 빛이 들지 않는 곳으로. 자욱한 연기가 가득 끼어있는 곳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는 선로망. 무한히 펼쳐져 있는 어둠. 그 속으로, 그것은, 그 거대한 지네는, 끝없는 광산 속에서도 가장 깊은 곳을 향해 파고들었다.

 

광산의 끝자락. 가장 깊은 곳. 그곳은 오히려 밝게 빛나고 있었다. 광산의 벽 곳곳에 박혀있는 수많은 용주들이 빛 한줄기 들지 않는 그곳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모두가 모여 있었다. 수많은 요괴들이, 광산을 더욱 깊게 파내고 있는 요괴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그곳에 서 있었다. 그 요괴들에게로, 지네는 다가갔다.

 

벽 곳곳에 박혀있는 용주들의 빛이 다가오는 지네의 모습을 비췄다. 그곳에 있는 요괴들 모두가 다가오는 그것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지네를. 그 거대하고 흉측한 몸집이 드러나는 모습을. 어둠 속에서, 빛이 비춰진 지네의 모습은 마치 용주의 색과 같게 보였다.

 

그들의 앞에서, 지네는 광산의 벽에 거대한 다리를 박아 넣었다. 수많은 다리를 차례차례로 박아 넣으며 광산의 벽을 타고 서서히 기어올랐다. 벽을, 천장을, 그 거대하고 흉측한 몸집을 이끌며 광산의 표면을 기어올랐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지네는 그 기다란 몸을 광산의 모양에 따라 둥근 반원 모양으로 만들어 보였다. 마치 하늘에 걸린 무지개처럼.

 

그 모습을 본 모두가 생각했다.

머리 위에 매달려있는 그 거대한 지네의 모습을. 수백 개의 다리를 꿈틀거리는 그 거대한 괴물이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그것은

 

 

 

 

 

 

 

 

소리가 들려온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동굴 속, 삽과 곡괭이질 소리가 불규칙적이게 동굴 안에 울려 퍼진다. 보물을 파내는 소리. 수많은 요괴들이 모여 동굴의 끝을 더욱 깊게 파내는 소리. 그것이 언제나 이 홍룡동의 동굴 속에 울려 퍼졌다.

 

그 안으로, 누군가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두 귀를 쫑긋 내세우며, 광산의 밖에서부터 들어온 여우는 그곳의 가장 깊은 곳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한 발 한 발 내딛을수록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끝이 가까워질수록 빛은 점점 더 밝아져 보였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서서히 그들의 모습도 보여왔다. 광산을 파내는 요괴들. 피와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곡괭이를 내려치고 있는 요괴들. 그 요괴들을 보며 여우는 생각했다.

 

그들은 쓰레기다. 정확히는, 사회에서 버려진 쓰레기들. 모든 것을 잃고 오갈 데 없이 땅 밑에 떨어진 자들의 모습이 바로 그들이다. 그중에는 가게를 차려 장사를 하다 망한 경우도 있고, 장사꾼에게 속아 넘어가 거액의 돈을 잃은 경우도 있고, 도박에 빠져 자신의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빚까지 진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모두의 공통점은, 그들은 쓰레기라는 것. 더 이상 갈 데가 없이 나락 끝까지 굴러떨어져 온 쓰레기들이라는 것.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공기조차 통하지 않는 어두운 지하 속에서 밤낮으로 일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저것이 바로 사회에서 버려진 자들의 최후의 모습이었다.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엔 반대편에서, 요괴들이 파내고 있는 광산의 앞이 아닌 뒷편에서 들려온다. 거대한 무언가, 어둠 속에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서서히, 그러면서도 재빠르게. 수백 개의 다리를 움직여가며 동굴의 벽을 타고 기어다니는 소리. 그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여우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지네의 소리. 홍룡동의 거대 지네다.

 

여우는 걸음을 멈추었다. 걸음을 멈춘 여우의 주변으로 검고 기다란 것이 둘러쌌다. 앞을 가로막듯, 순식간에 벽과 천장을 칭칭 감은 몸이 여우의 주변을 가득 둘러싸고 있었다. 어둠 속에 감춰져 잘 보이지 않는, 거대하고 흉측한 지네의 몸뚱아리. 그것을 보며 여우는 말했다.

 

모모요님. 접니다.”

 

여우의 말에 지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주변을 둘러싼 몸이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지네는 여우를 내려다보았다. 동굴의 어둠에 몸을 숨긴 채로, 어둠 속에서 눈빛만을 번쩍이며, 지네는 광산 안으로 들어온 자를 내려다보았다.

 

이즈나마루님의 지령입니다.”

 

이즈나마루. 그 이름에 지네는 잠시 멈춰서더니 막았던 여우의 앞길을 열어주었다.

지네의 몸뚱아리가 물러가자 여우는 고개를 들었다. 지네의 머리가 거기에 있었다. 그 지네에게로, 여우는 말을 전했다. 말이라기보단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가, 동굴의 진동을 타고 지네에게로 전해졌다. 둘 사이에만 전해지는 고요한 속삭임. 지네는 천장에 매달린 채로 가만히 여우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입니다.”

 

할 말을 전부 마친 여우는 다시 속삭임이 아닌 목소리로 말했다.

 

전달 사항은 전부 전했습니다. 그럼

 

여우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동굴의 반대편을 향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지네는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떨그렁.

무언가를 내려놓는 소리가 동굴 전체에 크게 울려 퍼졌다. 여우도, 지네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그곳에 쓰러져 있었다. 광산을 파내던 요괴들 중에 한 명. 그중 하나가 그곳에 쓰러져 있었다. 아니, 그건 쓰러진 게 아니었다. 삽도, 곡괭이도 전부 내려놓고 주저앉은 모습. 온몸을 축 늘어뜨리고 꼼짝도 하지 않는 모습. 그것은 포기한 자의 모습이다. 아무리 파내도 끝이 안 보이는 이 거대한 광산을 얼마나 더 파내야 하는가. 도대체 언제쯤에야 이 길의 끝을 볼 수 있는걸까.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할 것이 분명했다.

 

지네는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지네는 이 홍룡동의 감독관이다. 일하지 않는 자들을 관리하고 끝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지네의 역할.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지네는 그 거대한 몸을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그리고, 쓰러진 자를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거기 계세요. 제가 하죠.”

 

멈칫. 여우의 말에 거대한 지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지네는 시선을 여우에게로 돌렸다. 여우의 눈빛이 주저앉은 그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서서히, 지네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방향을 돌려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거대한 몸을 움직이며, 그 거대한 몸을 꿈틀거리며 광산의 반대 방향인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지네가 사라지고 난 뒤, 그곳에는 다시 여우 혼자만이 남았다.

 

여우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일부러 그가 들을 수 있게 동굴 안에 발걸음 소리를 울리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를 앞둔 자. 그에게로 다가갔다. 여우는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가 그의 바로 옆에 멈추어 섰다.

주저앉은 그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음흉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정체는 쿠다키츠네. 상대방의 마음속 약한 틈을 파고드는 사악한 요괴. 쿠다키츠네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마음속 틈을 파고든다. 마치 먹잇감을 쫓아 틈 사이로 파고드는 지네처럼. 먹잇감을 향해, 지네는 속삭인다.

 

여기서 포기하실 건가요? 눈앞에 저렇게나 많은 보물들이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고 주저앉아있던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를 향해, 여우는 아직 파내지 않은 광산의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포기하고 나가면, 그동안 당신이 했던 일은 전부 헛수고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열심히 파낸 보물들은, 전부 여기에 남은 다른 사람들이 나눠 가져가겠죠.”

 

그는 움찔하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신과 함께 지하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요괴들. 그들이 모두 주저앉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약해진 마음. 그 마음의 틈 속을 지네는 파고들었다.

 

모두가 당신을 비웃겠죠. 사회의 패배자. 쓰레기. 매번 실패만 반복하는 한심한 사람. 그동안 모두가 당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거 아세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다는걸.”

 

여우는 손을 뻗어 살며시 그의 턱을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또 다른 손으론 그의 머리를 받치고, 살며시 그의 고개를 돌려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했다.

그의 시선에 그것이 들어왔다. 동굴의 벽에 박혀있는 아름다운 보물 용주.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찬란한 보물. 그 빛은 마치 그를 빨아들이듯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당신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 이즈나마루님이 주신 이 산의 새로운 자리. 당신은 그 기회를 얻은 겁니다. 조만간 새롭게 변화할 이 산의 미래에, 이즈나마루님은 제안을 하나 내걸으셨죠. 산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은 그에 걸맞는 보상을 받는다. 막대한 부, 평생을 써도 다 쓰지 못할 돈. 그리고 대텐구님 못지 않는 지위를 가질 수 있는 자리를.”

 

여우는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귓속을 간지럽히는 감미로운 목소리. 그것이 계속해서 귓가에 들려왔다. 끝없이, 머릿속을 파고드는 지네처럼.

 

원하시죠? 저것만 있으면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어요. 그동안 실패만 해왔던 당신의 인생.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어요.

보여주세요. 그동안 당신을 무시한 모두들 앞에서 그들 전부를 짓밟고 올라서는 모습을. 모두가 우러러보는 당신의 모습을. 전부 당신이 갖는 거예요. , 명예, 권력. 전부 다!”

 

그의 손이 흠칫 떨렸다. 무언가가 그의 귓가를 타고 흘러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흘러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 그 여우가 자신의 귀에 흘려보낸 것이 무엇인지, 그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독이다. 지네의 독. 전신을 끝없이 미치게 만드는 그 무엇보다 끔찍한 독. 냄새도, 형체도 없는, 오로지 그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독. 마치 무지개처럼. 그 무지개의 빛을 쫓는 것처럼. 황홀하고, 무자비한 감각.

 

그는 내려놓았던 곡괭이를 다시 손에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높이 치켜들어 용주가 파묻혀 있는 동굴의 벽을 향해 있는 힘껏 내리쳤다.

얻을 수 있다. 전부 얻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끝없이 펼쳐졌다. 지금의 현실은 먹구름이 낀 듯 어둡더라도, 비가 온 뒤면 펼쳐지는 찬란한 무지개처럼, 조만간 나에게도 빛이 내려올 거다. 그의 머릿속에 펼쳐진 생각이 그의 손을 끝없이 움직이게 했다.

 

미친 듯이 곡괭이를 내리치는 그를 중심으로 요괴들의 시선이 쏠렸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광기에 가까운 모습.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 요괴들도, 어느새 점차 그와 마찬가지로 곡괭이를 내리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갔다. 그의 주변에 있는 요괴들도, 또 그걸 본 다른 요괴들도. 마치 독이 퍼져나가듯, 어느새 광산 안은 귀가 아플 정도로 곡괭이질 소리만이 가득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우는 한 발짝 물러나 그 광경을 보며 입가에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래. 노력해라. 노력이란 얼마나 좋은가. 끝없이 나아가는 것이란 이렇게나 좋은 것이다. 설령 그 방향이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한다 한들. 끝없는 선로망의 지하 속으로 더욱 내려간다 한들

 

여우는 몸을 돌려 선로망의 반대 방향으로 물러갔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여우의 귀엔, 끝없는 곡괭이질 소리만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방 안에 있는 자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의 한 장을 집어 그 위에 무언가를 계속해서 써 내려갈 뿐이었다. 어떠한 반응도 없었고, 누가 부르더라도 상대조차 않았다. 이번에도 문 너머의 상대가 누구든 신경조차 쓰지 않을 것이 뻔했다.

다시 한번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즈나마루님. 접니다.”

 

들어와라.”

 

그 목소리. 그 목소리에 그녀는 즉시 펜을 내려놓고 문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 문틈 사이로 무언가가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그녀의 심복인 하얀 여우. 여우는 마치 문 틈새를 파고들듯 방 안으로 들어오고는 아주 조금 열려있던 문마저 살며시 닫으며 말했다.

 

전달하고 왔습니다.”

 

수고했다.”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마치 엿듣는 누군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변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다시 자신의 부하를 보며 말을 걸었다.

 

안의 상황은?”

 

아무 문제 없습니다. 작업도 계속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용주도 꾸준히 얻을 수 있을 거고요.”

 

대답을 들은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안도의 한숨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어이없다는 듯 내뱉는 한숨이었다.

 

어지간히도 관리가 잘되고 있는 모양이군. 그런 일을 시켰는데도 여태껏 불만 하나 없다니. 너랑 그 지네의 관리 능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다들 스스로 하던걸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하는데도.”

 

여우는 능청맞은 모습으로 말했다. 그런 여우의 모습을 그녀는 잠시 말없이 바라본 후에 말했다.

 

시치미 떼긴. 또 무언가를 속삭였겠지.”

 

그녀는 여우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부 이즈나마루님이 손을 잘 써두셨으니 가능한 일이죠. 산의 미래를 개발하는 일이 성공하면 보상을 두둑이 준다는 거짓말이 있기에 가능한 일. 덕분에 있지도 않은 성공을 위해 곳곳에서 모여든 자들이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주고 있죠. 그런 멍청이들을 이용해 용주를 캐내게 하다니,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제안을 한 건 너였지만 말이지.”

 

그녀의 무덤덤한 대답에 여우는 그저 살며시 웃음만을 지어 보였다.

 

이즈나마루. 하얀 여우를 다루는 주인이자 대텐구인 그녀. 어느 날 그녀의 귀에 속삭여져 왔다.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지금 갖고 있는 모든 고민거리를 해결하고 텐구 사회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고.

그것은 바로 골칫거리들을 이용해 용주를 캐내게 만들자는 것. 이 텐구 사회에 반하는 자들을 광산 안으로 몰아넣어 강제로 일을 시키게 하자는 것. 언뜻 듣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일 수 있었다. 대텐구의 명령조차 듣지 않는 그들에게 그런 일을 시켜봐야 제대로 움직여줄 리가 있을까. 의심부터 드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제안을 단번에 받아들였다.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용주를 캐내기에 그들만큼이나 적절한 자들은 없다는 것을.

 

그들은 용이다. 정확히는, 용이 되고 싶은 자들. 능력도 없으면서 그저 높은 자리만을 원하는 허영심에 찌든 자들. 오랜 기간 대텐구의 자리에 있으면서 그들의 존재에는 이미 진절머리가 났다.

 

대체 몇 번이나 기회를 주었던가. 그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을 때, 그들이 기본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마련해 주었다. 그들이 사회에서 뒤처지고 있을 때, 뒤처지지 않도록 약자들을 위한 갖가지 혜택을 마련해 주었다. 이 사회를 발전시켜 나갈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필요로 하는 자들에겐 보다 더 많은 돈과 지원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어떠한가. 그들이 만든 사회의 모습이 어떠한가. 받은 돈은 쓸데없는 곳에 금세 다 써버리고, 제공받은 혜택은 그저 돈을 빨아먹기 위해 악용하고, 투자한 사업은 원금도 회수 못한 채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그렇게 그 많은 돈을 날려놓고 그들이 남은 돈으로 하는 짓이라곤 그저 술, 연초, 도박

 

해충이었다. 사회를 좀먹으며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놓는 해충.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자들. 아무런 계획도, 생각도 없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자들. 그 정도에서 끝났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도 않았다. 그 이후에 그들이 어떻게 했던가. 받은 돈을 전부 써버린 그들이 이후엔 무엇을 했던가. 사회를 더욱 파먹기 위해, 벌레들은 그 이후에 한곳에 모여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 그것은 자칭 무지개라는 이름이 붙은 단체. 전신을 무지개색으로 뒤덮으며 바글바글 떼로 기어나오는 흉측한 모습. 어째서 무지개인가. 지금의 사회를 뒤집어엎고 무지개와 같이 꿈만 같은 이상을 만들자는 뜻이었다. 무능한 자들도, 유능한 자들도, 전부 같은 자리에 있게 만들자는, 가진 거 하나 없는 밑바닥 인생들이나 할 법한 발상.

 

대체 머릿속에서 어떤 환상을 보았던가. 눈앞에 어떤 색의 빛이 펼쳐졌었던가. 그런 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자기 자신 하나도 통제 못 하는 것들이 이 사회 전체를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용의 이름이 붙은 자신의 자리를 감당할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너무나 어리석다. 그런 허상 따위 아무리 쫓아봐야 닿을 수 없거늘. 아무리 손을 뻗어봐야 잡을 수 없거늘. 무지개를 쫓는 어린아이 같은, 평생 닿을 수 없는 허상만을 쫓는 멍청이들이 날이 갈수록 설쳐대고 있었다.

 

그렇기에그 속삭임에 답한 것뿐이다.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환상만을 쫓는 자들을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 그 속삭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어떠한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단지, 그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자리를 하나 마련해줬을 뿐이다. 산의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꿈의 광산. 파내면 파낼수록 꿈과 미래가 쏟아져 나온다는 환상의 거대 선로망. 그렇기에 무지개와 용의 이름이 붙은 그곳, 홍룡동.

어리석고, 탐욕스럽고, 존재하지도 않는 환상만을 쫓는 자들. 자신이 용의 자리를 얻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자들. 그런 그들에게 광산의 문을 열어주었을 뿐. 그 이후엔 그들이 스스로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을 뿐이다. 무지개를 쫓아, 용이 되고자. 그 안에 용을 먹는 지네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다음 단계다.”

 

책상 위의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용주를 만지작거리며 그녀는 말했다.

 

캐낸 용주를 전부 가져오도록 시켜라. 그동안 조금씩 받아오던 것 외에도 전부.”

 

그녀는 목소리에 한껏 힘을 주며 말했다. 그동안 용주를 파내면 광산을 허용해 준 대가로 그 일부를 받아내곤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모습일 뿐. 처음부터 그들과 보물을 나눠 가질 생각 따윈 없었다. 그 정도로 유용한 보물이 그런 것들의 손에 들어가게 해봐야 좋을 것은 없었다.

 

광산의 폐광도 슬슬 준비해 둬라. 전에 신들에게서 산이 파괴될 거란 경고도 있었고, 어차피 이젠 쓸모없겠지. 전부 잃고 난 그들이 계속 거기서 일할 리가 없으니.”

 

그녀는 용주를 더욱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아니죠.”

 

용주를 만지작거리던 손짓이 멈췄다. 그녀는 여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황한 듯, 자신의 부하가 그렇게 말할 걸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지네는 용주를 뺏어올 게 아닌, 그들에게 용주를 더욱 주어야 합니다.”

 

그게 무슨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우가 움직였다. 당황하는 이즈나마루에게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다가갔다. 마치 유혹하듯, 여우는 그녀의 책상 위로 무릎을 딛고 올라갔다. 그리고는 그녀에게로, 그녀에게 몸을 기댄 채로, 그녀의 귓가에 그 뜨거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

 

“...”

 

그리고는 파고들었다. 여우의 속삭임. 언제나 그랬듯이 귓속에서부터 몸속 깊숙이 파고드는 속삭임. 그리고, 늘 그랬듯이 거부할 수 없는 짜릿한 감각. 그 감각에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던가. 대텐구도, 용의 자리를 가진 자도, 그 속삭임에는 마치 몸이 굳은 듯이 마비돼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속삭임을 마친 여우는 그녀의 귀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이즈나마루 역시 굳은 몸이 풀린 듯 참았던 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벼운 코웃음과 함께 조용히 그 입가에 미소만을 지었다.

 

역시 넌 머리가 좋아.”

 

여우의 제안에 대한 이즈나마루의 답변은 가벼운 칭찬이었다. 그리곤, 눈앞의 여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받아들이지. 곧바로 실행해라.”

 

이즈나마루는 명령했다. 여우의 제안을.

그 제안은 너무나 간단했다. 용주를 직접 뺏어오는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 잃게 만들자는 것. 강제로 빼앗기는 것과 스스로 잃는 것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강제로 빼앗아 온다면 그 결과는 광산의 폐광과 권력자들을 향한 분노와 공격. 하지만 스스로 잃어버렸다면, 그들은 작업을 그만두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메꾸려 더욱 열심히 파내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방법 역시 간단했다.

용주에는 누군가의 혼을 담을 수 있다. 그것은 누군가의 능력 역시 그 안에 담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지금처럼 무언가의 소유권을 잃어버리게 만들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 역시 걱정할 필요 없었다. 그에 가장 잘 맞는 인물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아마 이 위에 있을 거다.”

 

이즈나마루는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산 정상에늘 있는 곳에 있겠지.”

 

그리고는, 이즈나마루는 책상 위의 용주를 집어 여우에게로 건넸다. 여우는 이즈나마루가 건넨 용주를 두 손으로 받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용주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여우의 얼굴을 비춰 무지개색으로 보였다.

 

그럼바로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여우는 곧바로 움직였다. 여우의 곡선 몸매가 책상 밑으로 스르르 흘러 내려갔다. 다시 바닥에 발을 디딘 여우는 들어왔던 문 쪽으로 향했다. 여우의 뒷모습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가 이즈나마루의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어디선가 많이 본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기다랗고, 스르륵 흘러내려, 꾸물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문 앞에 선 여우는 문고리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그 순간,

 

츠카사.”

 

?”

 

이즈나마루의 부름에 여우는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여우의 얼굴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눈을 감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아니다. 그만 가봐라.”

 

여우는 살며시 웃음 지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방 안은 금세 고요해져, 또다시 처음과같이 정적만이 남았다.

이즈나마루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안하게 몸에 힘을 풀었다. 일은 순조롭게 잘 풀리고 있었다.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이 손에 들어오고 있었다. 걱정할 것 따윈 전혀 없었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상황이었다. 딱 한 가지 불안한 점을 제외하고는.

 

기분 탓이었을까. 분명 잘못 보았던 것일 것이다.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의 여우의 모습은. 자신의 충실한 부하가, 산의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여우가, 순간적으로 산을 파먹는 거대한 지네의 모습처럼 보였던 것은.

 

 

 

 

 

 

 

 

밤하늘은 많은 것을 품고 있다. 별과 달, 빛과 구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소원들까지. 오늘 밤은 달은 뜨지 않았지만, 그 대신 검푸른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놓여있었다. 모두가 그 별을 보며 소원을 빌곤 한다. 대체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손을 뻗어봐야 닿을 수 없는 소원을.

 

이번엔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이 높이에선 산의 거의 모든 곳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마을도, 텐구들이 모여 사는 집들도, 그리고 그 집들에 켜져 있는 불빛들도. 마치 밤하늘처럼, 곳곳에 빛나는 불빛들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었다. 그 빛은, 대체로 산 정상에 가까울수록 밝게 빛난다. 텐구들은 계급이 높을수록 높은 곳에 사니까. 계급이 높을수록 더 넓은 집과 더 많은 불을 사용하여 빛을 밝히고, 때로는 몇몇 특권층들은 전기를 사용하여 빛을 밝히기도 한다. 텐구의 계급이 높을수록, 돈과 권력이 많을수록, 닿기 어려울수록그것은 더욱 밝게 빛났다.

 

왔구나.”

 

소리가 들려왔다. 사뿐히 풀을 짓밟으며 다가오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들려올 것이란걸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있을 때면 언제나 그 소리가 다가오곤 했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어느새 바로 가까이까지로. 그리고 바로 등 뒤에 선 그것은, 곧바로 언제나 들어왔던 목소리를 꺼냈다.

 

치마타님. 이즈나마루님의 지령입니다.”

 

예의를 한껏 갖춘 점잖은 목소리. 이즈나마루의 말을 전달할 때면 항상 들려오는 그녀의 부하인 여우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말이란 건, 대체로 그녀 쪽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명령에 가까웠다.

 

요구하는 건?”

 

그 질문에 여우는 무언가를 내밀어 보였다. 둥글고, 밝게 빛나는 물체. 그것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밤의 어둠조차도 잊게 만들 정도로 밝은 빛.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빛. 닿기 어려울수록 밝게 빛난다면, 그것은 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필요로 하는 걸까.

 

이즈나마루님께서 치마타님의 능력을 필요로 하십니다.”

 

여우는 둥근 그것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치마타님의 소유권을 빼앗는 능력. 그것을 이 안에 넣어두라고 하셨습니다. 왜 필요한지는말 안 해도 아시겠지요?”

 

여우는 당연하다는 듯 생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여우가, 이즈나마루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언제나 용주를 조금이라도 더 얻으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니까. 광산을 만들어 용주를 캐내게 했을 때도, 수많은 사람들을 그 안에 몰아넣을 때도, 그들을 속이며 더욱 많은 용주를 파내게 했을 때도. 그리고 그것을 전부 빼앗아 독점할 것이란 것도전부 알고 있었다.

 

발밑에 땅굴을 파내는 진동이, 지네의 꿈틀거림이 느껴지는 듯했다. 지금도 이 산 지하 어딘가에서 그들은 끝없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보물을 얻기 위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잠깐의 환상일 뿐. 아무리 꿈틀거려도 닿을 수 없다는 걸 땅 밑에 있는 그들은 알지 못한다. 눈앞의 빛을 쫓으며 나아가봐야 도달하는 건 결국 더욱 깊은 어둠일 뿐이라는걸. 언젠가 모았던 모든 걸 전부 빼앗기고 나락으로 떨어질 운명이란걸.

이즈나마루가 만든 꿈의 광산이란 그런 곳이다. 땅을 파며 앞으로 나아갈수록 밑으로 내려가고, 보물을 얻으면 얻을수록 더욱 잃는 곳. 그곳이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밝으면서도 어둡고, 가장 높으면서도 깊은 곳일 것이다.

 

왜 그러시죠?”

 

그녀의 한껏 어두워진 표정을 보며 여우가 물었다. 여우의 물음에, 그녀는 표정만큼이나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부터이럴 생각이었던 거지?”

 

이즈나마루님의 지시입니다. 거역하면 저희의 사업은 계속 이어갈 수 없어요.”

 

 

이 사업을 유지하지 않으면 시장은 힘을 잃고, 그와 동시에 치마타님 역시 약해지겠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여우는 몸을 낮춰 풀밭에 앉아있는 그녀에게로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그 귓가에, 연약한 마음속에 속삭였다.

 

아시잖아요? 모든 걸 잃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그 한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옅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언제나 그랬었지만 이번엔 그 여우가 약한 마음을 파고드는 것은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그날의 기억들을. 신으로서의 존재 자체를 잃어가고 있던 그 끔찍한 날들을. 매일매일이 전신이 벌레 구덩이에 파묻혀 뜯어먹히는 것만 같았던 날. 마치 거대한 벌레가 몸을 조여오듯 그저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날. 그리고 그때 눈앞에 보였던 거대한 지네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유난히도 비가 거세게 내렸던 날, 비를 피하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쓰러졌던 그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그것이 눈앞에 있었다. 바로 눈앞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지네의 모습이.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죽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자신을 잡아먹을 것 같이 내려다보는 그 지네가 잠시나마 무지개의 형상처럼 보였다고 한다면, 그건 과연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 동굴 안이 무지개색으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날 비가 너무나 거세게 내린 탓에 당연히 무지개가 뜰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희는 치마타님을 도와드리려는 겁니다.”

 

그때도 이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었다. 거대한 지네에게서 들려온 소리. 지네의 등 위에서 뛰어내려온 처음 보는 낯선 두 사람의 목소리.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자신에게 걸어온 제안을, 그 시절의 나약한 자신이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너무나도 꿈만 같던 제안. 잃었던 모든 것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제안.

그래그 지네가 무지개처럼 보였던 이유는 분명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희망. 이 끔찍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희망. 그 희망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딱 한 가지만 포기하시면 됩니다. 모두가 똑같이 이익을 얻어야만 한다는 거짓된 환상. 그 한 가지만 버리면 저희의 사업 성공은 물론, 치마타님 역시 전성기 이상의 힘을 얻을 수 있으실 겁니다. 언제나 줄곧 바래왔던 그것을요.”

 

여우는 계속해서 귓가에 속삭였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전신을 짜릿하게 만드는 유혹. 그 누구도 뿌리칠 수 없는 달콤한 속삭임. 하지만, 이번엔 조금 부족했다. 여우의 생각과 달리, 그녀가 그 제안에 거부감을 갖는 이유는 모두에게 평등한 이익을 주고 싶기 때문이 아니었다. 모두가 아닌, 땅 밑에 있는 그들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무지개였다. 정확히는, 그날 보았던 무지개와 같은 희망적인 존재. 그들이 만든 단체는 힘없는 약자들을 내버리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비록 그 목적은 약자들끼리 힘을 모아 사회에 반하는 것이었으나, 그 힘없는 약자들 중에는 소멸 직전의 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그녀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았고, 비록 적은 양이나마 그녀에게 신앙을 주었다. 존재가 소멸하기 직전임에도 마지막까지 숨이 붙어 있을 수 있었던 건 그들 덕분이었다. 그렇기에 그 정도 유혹은 버틸 만했다. 하지만

 

그들이 치마타님께 무슨 짓을 했죠? 치마타님이 모든 힘을 잃었던 것. 그게 다 누구 때문이었죠?”

 

그 질문은, 또다시 마음속 깊은 곳을 아프게 찔러왔다.

 

시장을 망치고 파괴시킨 주범이 바로 그들이죠. 이즈나마루님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한 그들이 무슨 짓을 했었죠? 시장에 침투해서는 관리를 엉망으로 하고, 가격은 지나치게 높이고, 서비스도 불친절하게 하며 사람들을 떠나게 만들었죠. 그들이 눈앞의 이익만 쫓는 동안 망해버린 건 그들의 사업뿐만이 아닌 주변의 시장 전체. 그리고 그 이후의 결과는, 치마타님이 더 잘 아시겠죠. 치마타님이 보았던 것은 전부 그들이 만든 결과. 시장의 힘이 날이 갈수록 약해져 갔던 건, 그리고 치마타님이 그런 꼴을 당했던 건, 전부 그들이 지나치게 욕심부렸기 때문입니다.”

 

“...”

 

아시겠죠? 그들은 얻을 자격이 없어요. 그리고 이즈나마루님은 선택하셨죠. 얻을 자격이 없는 자들의 이익을 빼앗아 자격이 있는 자들에게로 전달하겠다고. 그리고 치마타님에겐 자격이 있습니다. 이즈나마루님의 선택을 받으셨죠.”

 

마음이, 또다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날 온몸이 벌레들에게 파먹히는 것만 같았던 날, 그 어둠 속에 숨어있던 벌레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듯했다. 그들은 지네였다. 희망 따위가 아닌 흉측한 모습의 지네. 단지 그것이 무지개색으로 빛나고 있었을 뿐.

약해진 마음 앞에, 여우는 빛을 내밀었다.

 

누군가가 얻으려면 누군가는 잃어야 한다는 게 당연한 이치. 강요를 하는 게 아닙니다. 이즈나마루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그들과 함께 잃는 쪽을 택하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선택권을 드리는 것뿐.”

 

용주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이 그녀의 눈앞에서 빛나고 있었다. 찬란하고, 황홀함마저 느껴지는 빛. 여우는 그 빛을 눈앞에 더욱 들이대며 말했다.

 

선택하시면 됩니다. 얻는 쪽일지, 잃는 쪽일지.”

 

손이, 저절로 뻗어졌다. 무지개빛을 향해.

그 빛을 품은 용주를 집어 조심히 손에 건네받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우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받은 용주를 무릎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용주의 위에 손을 얹어 그 안에 능력을 넣었다. 소유권을 잃게 하는 능력. 그 힘이 용주의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마치 능력을 집어삼키는 것처럼. 능력을 삼킬수록 용주는 밝게, 더욱 밝게 빛나갔다.

 

흐음~ 그런 식으로 능력을 넣어두는군요

 

여우는 흥미로운 듯 그녀의 양쪽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 손길에 살짝 움찔했지만, 그녀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척 용주에 능력을 넣는 작업을 계속 이어갔다.

 

그 능력이 해방되고 나면, 그 뒤엔 어떻게 되죠?”

 

여우는 알면서도 귓가에 그렇게 물었다. 그 질문에, 그녀는 어떠한 의욕도 느껴지지 않는 기계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소유권을 잃고, 그 누구의 것도 아니게 되지.”

 

그리고요?”

 

여우는 다시 한번 물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그녀 스스로 말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파낸 보물의 소유권을 잃겠지. 너희들은, 그저 누구의 것도 아닌 그걸 가져오면 돼.”

 

그녀는 여우가 원하는 대답을 그대로 들려주었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찾아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소유권이란, 마치 무지개 같은 것이었다. 그저 환상일 뿐.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허황된 착각일 뿐. 소유권이 없는 물건이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물건이다. 마치 밤하늘의 별과 달처럼. 그것이 아무리 가치가 높더라도, 아무리 아름답게 빛난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힘을, 그 능력이 담긴 용주를 그들이 파낸 수많은 용주들 사이에 숨겨 넣어두면 어떻게 될까. 능력이 해방되는 순간 주변의 용주들의 소유권은 전부 잃고 누구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직접 파내고 줄곧 관리해 왔던 본인조차도. 그 이후엔, 그저 이즈나마루의 명령을 받은 여우가 그 용주들을 가져 나오기만 하면 된다. 그것만으로 그들에게서 어떠한 것도 빼앗지 않고 이익을 가져올 수 있었다. 정확히는, 그들이 그렇게 착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걸 목적으로 찾아왔다는 것도, 앞으로 그렇게 될 거란 것도, 그녀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용주에 능력이 전부 스며든 것을 확인하고는 얹었던 손을 떼었다. 그리고는 손에 놓인 무지개색의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마치 지네가 낳은 알 같이 생겼다고. 결국 자신도, 그날 보았던 지네와 같은 괴물을 만들고 만 것이다.

 

다 된 것 같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치마타님. 이제 이 용주는 제가 가져가도록 하죠.”

 

어깨에 얹은 여우의 손이 그녀의 몸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렸다. 여우의 손이 그녀의 손으로 다가가 용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용주를 번쩍 들어 올린 여우는 그 빛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곧바로 다른 용주들도 가져오도록 하죠. 시장의 신님이 노력해 주시는 만큼 세상은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보물은 계속해서 손에 들어오고, 경제는 성장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사회가 만들어 지겠지요. 전부 치마타님 덕분입니다.”

 

여우는 그녀를 보며 칭찬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미동도 없는 뒷통수만이 그녀의 감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여우는 살며시 웃음만을 지었다.

 

이미 한 배를 탄 사이니, 앞으로도 잘 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만약 거절하면어떻게 되실 지는 알고 계시죠?”

 

여우는 친절한 목소리로 나긋하게 말한 뒤 그대로 뒤를 돌아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사뿐히 풀을 밟으며 걸어가는 소리가 밤의 어둠 속으로 점점 사라져갔다. 여우의 발걸음 소리가 전부 사라지고 난 뒤, 그곳에는 또다시 고요한 적막만이 남았다.

 

혼자 남은 시장의 신은,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은 여전히 밝고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보았다. 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그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옛날 생각이 났기 때문일까. 언젠가 이런 밤하늘을 보며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만큼의 힘을 얻고 나면, 모두가 떠들썩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그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하지만 어떠한 소유권이든 잃게 할 수 있는 시장의 신은, 오히려 자신 스스로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 묶여버리고 말았다. 이제 더는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안다. 지네에게 잡히고 말았으니까.

조금 전, 여우가 자신의 몸을 쓸어내릴 때,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저 익숙한 기분이었다. 이전에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같이 느꼈던 기분. 커다란 지네가 몸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 오는 기분. 그저 그 기분을 지금도 다시금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끔찍하고, 벗어날 수 없는 기분.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도, 지네에게 온몸이 감겨 더욱더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기분을.

 

 

 

 

 

 

 

 

어두운 동굴 속. 거대한 그림자가 가로지른다.

기다랗고 검은 무언가. 거대한 광산 안을 가득 메울 정도로 거대한 무언가가, 선로망 위를 빠르게 가로질러 나아간다.

기다랗게 꿈틀거리는 그림자. 수많은 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여가는 그것은, 거대하게 뚫려있는 광산의 구멍 안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어둡고, 빛이 들지 않는 곳으로. 자욱한 연기가 가득 끼어있는 곳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는 선로망. 무한히 펼쳐져 있는 어둠. 그 속으로, 그것은, 그 거대한 지네는, 끝없는 광산 속에서도 가장 깊은 곳을 향해 파고들었다.

 

그 끝에, 모두가 모여있었다. 수많은 요괴들이, 광산을 더욱 깊게 파내고 있는 요괴들이, 지네가 향하고 있는 광산의 끝자락에 모여있었다. 다만, 언제나 들고 있던 삽과 곡괭이는 들고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채로, 전부 내려놓은 채로, 마치 허공을 바라보듯, 넋을 잃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자신이 파낸 보물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절망이 가득했다. 어째서인가. 보물들이 사라져 있었다. 그동안 파내왔던 수많은 용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언제부터 없어졌던가. 어떤 이유로 없어졌는가. 그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토록 힘들게 파내왔던 보물이건만 영문도 모른 채로 잃어야만 했다.

자신들의 모든 걸 바쳐가며 파내왔던 보물. 앞으로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줄 보물. 그것이 분명 이곳에 한가득 있었다. 부와 명예가, 꿈과 미래가, 이 세상의 전부를 가질 미래가, 분명히 눈앞에 있었다. 분명히 있었을 텐데손을 뻗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허상이었다는 듯.

 

왜일까. 왜 그것은 언제나 손에 잡히기 직전에 사라져 버릴까. 어째서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걸까.

아니, 그들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엔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그것에 손을 뻗어선 안 된다는 것을. 사회에서 버림받은 그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모두가 그랬다. 자신을 이 끝없는 지하 밑 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 모두가 그랬었다. 떼돈을 벌게 해준다는 마네키네코도, 자신의 물건으로 장사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야마와로도, 일확천금의 기회로 단번에 부자가 되게 해준다고 말하는 도박장의 주인도. 전부, 무지개 같은 존재들이었다. 겉보기엔 아름다운,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속아 쫓다 보면 결국 파멸을 맞이하는. 마치 그 여우의 속삭임처럼

 

처음부터 쫓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곳에 무지개가 있다는 걸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 와서 후회해 봐야 너무 늦었다. 지금 나가면, 다시 돌아가면, 또다시 그 끔찍한 사회의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모든 이들의 혐오감 가득한 눈초리. 남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 속에 파묻힌 살림. 추위 속에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굶주림.

그 지옥을 견디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10? 아니면 20? 그보다 더 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죽을 때까지 끔찍한 지옥.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지옥.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만약기회가 있다면, 그 모든 것을 뒤집고 단번에 성공할 기회가 있다면

 

소리가 다가오고 있다. 언제나 들려왔던 그 소리. 동굴의 저 멀리서부터 벽을 타고 기어 오는 흉측한 소리.

모두가 소리가 다가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모두가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것을. 그 지네를. 그 거대하고 흉측한 몸집이 드러나는 모습을. 모아놓은 용주의 빛이 지네의 모습을 밝게 비췄다.

그들의 앞에서, 지네는 광산의 벽에 거대한 다리를 박아 넣었다. 수많은 다리를 차례차례로 박아 넣으며 광산의 벽을 타고 서서히 기어올랐다. 벽을, 천장을, 그 거대하고 흉측한 몸집을 이끌며 광산의 표면을 기어올랐다.

 

달그락.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둥글고, 아름답게 빛나는 구체. 그것이 떨어져 내려 누군가의 발밑으로 굴러 다가왔다.

그는 고개를 숙여 발밑의 그것을 주워 눈앞에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용주였다. 잃었던 그 어떤 보물들보다 밝게 빛나는 용주. 그것이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어디서 떨어져 내려왔는지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네다. 천장을 타고 기어오르는 지네. 그것의 거대한 몸뚱아리에서부터, 용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한 개. 두 개. 수십 개. 수백 개

셀 수도 없이 많은 용주들이 지네의 몸에서 떨어져 내렸다. 마치 비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그 모습을 본 모두가 그 속으로 달려들었다. 쏟아지는 용주 속으로 뛰어들어 마구잡이로 손을 뻗었다. 하늘을 향해 양팔을 크게 벌리고, 미친 듯이 바닥을 기어다니며 그곳에 굴러다니는 용주들을 쓸어 담았다. 무언가에 홀린 사람들처럼. 광기와도 같은 눈빛이 그곳을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닿는다. 손을 뻗을 때마다 잡혀 온다. 희망의 빛이. 닿을 수 없다고만 생각했던 그것이. 계속해서 손에 잡혀 들어온다. 어째서인지 이전보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그것이.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답게 반짝이는 빛이. 그 빛이 어떤 힘을 품고 있는지, 그 빛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들은 관심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생각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다가가면 된다.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다. 줄곧 바래왔던 그것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자신의 모습을.

 

광산의 끝자락이 다시금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모아놓은 보물이, 지네에서부터 떨어져나온 용주들이 한가득 모여 그곳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들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라 부를 수도 없는 어두운 동굴 속의 위를 올려다보며,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은 그곳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그것이 거기에 있었다. 비가 내린 후면 언제나 걸려있는 그것이.

 

줄곧 쫓아왔던 것. 그것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 준 것이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천장에 매달려 용주의 빛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것을 향해 손을 높이 뻗었다.

 

만세를 외치고, 기쁨의 함성이 그곳을 가득히 울렸다.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자들도 있었다.

 

환호하라.

 

희망이 보인다.

 

언제나 쫓아왔던 길의 끝이 보인다.

 

찬양하라. 그리고 그것을 쫓아 나아가라.

 

파멸뿐인 미래를.

 

닿을 수 없는 환상을.

 

천장에 매달린 그 끔찍한 지네의 모습을.

 

그 모습을 보며, 모두가 이렇게 외쳤다.

 

무지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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