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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와 사토노의 수색 작전

“심심하다 사토노.”
 
“나도 마이.”
 
바닥에 널브러지듯 드러누워 있는 마이가 입에 물고 있는 대나무 줄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그 옆에 비슷한 자세로 누워있는 사토노도 손에 쥔 양하의 잎사귀를 하나하나 떼어가며 말했다.
 
“스승님은 또 어딜 가신 걸까. 우리 둘만 남겨놓고.”
 
“글쎄. 이번에도 말 안 해주시겠지.”
 
최근 마이와 사토노의 지루함은 날이 갈수록 더해졌다. 사계이변 이후 오키나는 비신 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외출이 잦아졌으며 단 한번도 어디로 가는지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그나마 할 일이라도 많았으면 지루할 틈은 없었겠지만, 이변 이후 오키나는 노골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사람에게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남아있기만 한 두 사람은 언제나처럼 아무런 할 일도 없이 드러누워 있을 뿐이었다.
 
“차라리 바쁘게 일하던 때가 더 나았는데.”
 
“일도 안 주셔, 말도 안 해주셔, 스승님은 이제 우리한테 관심이 없나 봐.”
 
마이는 오키나에게 삐진 듯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렇게 할일없이 멍하니 시간만 보내던 도중, 사토노가 무언가 떠오른 듯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스승님이 우리한테 관심이 없다면 우리가 스승님한테 관심을 갖는 거야!”
 
“...뭘 어쩌려고?”
 
마이는 사토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무심한듯한 마이의 반응에 사토노는 히죽 웃으며 답했다.
 
“스승님의 뒷조사를 하는 거지.”
 
“뒷조사!?”
 
사토노의 말 한마디는 지루함에 찌들어 있던 마이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마이는 순식간에 바닥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나며 말했다.
 
“스승님의 사생활을 캐고 다니자는 건가? 뭐부터 하면 되지?”
 
“사생활을 캐자는 게 아니라 조사를 하자는 거야. 스승님이 갑자기 변한 이유를 알아내자는 거지.”
 
“뭐가 어떻든 상관없어! 하자!”
 
마이는 잔뜩 기합이 들어간 듯 주먹을 하늘로 내뻗으며 외쳤다. 사토노도 마이의 반응에 한껏 들뜬 마음을 부풀렸다.
 
“그럼 우선 스승님 갈만한 곳부터 둘러보자. 흩어져서 이곳저곳 조사해보면 뭔가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사토노는 주변에 가득 펼쳐진 문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후호의 나라의 수많은 문들은 각각 환상향의 어딘가로 통하는 문이었다. 오키나의 능력을 받은 두 사람도 그 문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었기에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들어가서 수색할 수 있었다.
 
“만약 뭔가 중요한 정보를 얻으면 나한테 텔레파시를 보내. 스승님이 우리한테 하는 것처럼. 알았지?”
 
오키나의 능력을 이용하는 두 사람은 문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사토노는 마치 뇌파를 보내듯 양 손가락을 머리에 갖다 대며 말했다.
 
“알았어. 이렇게 말이지?”
 
마이도 사토노의 손동작을 똑같이 따라 하며 말했다.
 
“아무 데나 돌아다니기. 그리고 연락하기. 빈틈없는 적전이군.”
 
“좋았어. 우리 힘으로 스승님의 목적을 밝혀내는 거야! 스승님 수색 작전 시작!”
 
“오~!”
 
두 사람은 서로 손뼉을 짝 하고 마주치고는 재빠르게 흩어졌다. 그리곤 각자 오키나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하는 문을 고르기 시작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문부터 크고 웅장한 대문까지. 어떤 문을 통해 갈지 결정을 마친 두 사람은 각자의 문을 열고 수색에 나섰다.
 
 
 
사토노와 떨어진 마이는 제일 먼저 환상향의 다른 현자의 집을 찾아갔다. 평소 환상향의 관리에 신경을 기울이던 오키나라면 이번에도 다른 현자들과 같이 여러 의논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마이는 오키나와 같은 현자라 불리는 야쿠모 유카리의 집으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어디 보자...”
 
마이는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곳에 오키나는 없었으며 집의 주인인 유카리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그 조용한 집엔 유카리의 식신의 식신인 첸이 혼자 마루 위를 기어 다니며 실타래를 이리저리 굴리며 놀고 있었다. 마이는 첸의 뒤로 살며시 다가가 어깨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
 
“안녕, 귀여운 고양이 아가씨?”
 
“우왓?”
 
갑작스런 기척에 화들짝 놀란 첸은 제자리에서 팔짝 뛰며 온몸의 털을 바짝 곤두세웠다.
 
“놀래라. 뒤에서 깜짝 등장하길래 유카리님인줄 알았어.”
 
“사람을 하나 찾고 있는데, 혹시 금발에 도사복을 입고 강한 기운을 내뿜는 분이 여기 오시지 않았을까?”
 
마이는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오키나의 생김새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물었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마이의 모습이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고 느꼈는지, 첸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세웠던 털을 살며시 내려 앉히며 말했다.
 
“유카리님을 찾는 거야? 유카리님은 지금 안 계셔.”
 
“아니아니 그 틈새요괴 말고. 좀 더 고풍스럽고 엘레강스한 느낌을 풍기는 분 말이야.”
 
마이는 손사래를 치며 다시 한번 첸에게 물었다. 첸은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손가락으로 옆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란님이라면 저쪽 방에 계셔.”
 
“이런.”
 
마이는 이마를 탁 짚으며 찾아올 집을 잘못 골랐다며 생각했다. 더군다나 바로 옆방에 그 고지식한 식신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정보였다. 괜히 소란 피웠다가 멋대로 주거 침입한 것이 걸려 잔소리를 들을 바에야 차라리 다른 현자를 찾아가 조사해보는 것이 나았다. 그렇게 결정한 마이는 문밖으로 내밀었던 몸을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문을 닫으려고 했다.
 
“앗! 생각났다! 그 문 본 적 있어!”
 
마이가 문을 닫으려고 하는 그 순간, 첸이 마이가 잡은 문을 가리키며 외쳤다.
 
“전에 유카리님 친구가 그거랑 똑같은 문에서 나오는 걸 봤어.”
 
“오. 스승님을 본 적이 있는 건가?”
 
마이는 문 안으로 집어넣었던 몸을 다시 껍질에서 나오는 달팽이처럼 불쑥 내밀었다.
 
“유카리님이랑 얘기하던 그 사람을 말하는 거였구나. 전혀 고풍스럽게 생기지 않아서 몰랐어. 성격 나빠 보였는데.”
 
마이는 오키나를 평가하는 첸에 말에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첸이 오키나를 알고 있다면, 게다가 유카리와 나누던 대화를 들었다면 수색 작전에는 확실한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이는 첸에게 오키나에 관한 것들을 조금 더 캐물었다.
 
“그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아는 것 같은데 혹시 나한테도 알려줄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너의 스승님이야? 그렇다면 알아. 그때 널 찾고 있다면서 우리 집에 왔었어.”
 
첸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을 해줬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마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첸에게 되물었다.
 
“날 찾고 있었다고? 스승님이? 잘못 들은 건 아니고?”
 
“응. 틀림없어. 부하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거든.”
 
첸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이는 그 말을 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오키나는 언제 어디서든 목소리를 흘려보내 자신들에게 말을 걸 수 있었다. 더군다나 오키나의 말에는 거역할 수도 없기에 명령만 있으면 언제든 문을 통해 오키나에게로 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키나가 자신의 부하들을 찾아다니는 일은 한 번도 없었으며 그런 모습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스승님이 우릴 찾아 다닐 리가 없는데.”
 
마이는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하며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제대로 된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옆방에서 몇 번의 노크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첸~ 누가 왔니?”
 
“이크.”
 
마이는 재빨리 문 안으로 몸을 집어넣고 양쪽 손잡이를 당겨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옆방에서의 문이 드르륵 열렸다.
 
“첸, 누구랑 얘기하고 있었던 거니?”
 
“아, 란님 저기...”
 
란은 첸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첸이 뒤늦게 마이가 있던 곳을 손가락으로 가르켰을 때, 이미 허공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이와 떨어진 사토노는 제일 먼저 이변 해결을 담당하고 있는 하쿠레이 신사를 찾아갔다. 오키나가 말도 없이 어디론가 가버리는 일이 잦아진 건 사계이변의 그날 이후부터였다. 그러니 그때 만났던 이변 해결사들이라면 오키나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사토노는 신사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었다.
 
“으랏챠!”
 
“으앗?! 깜짝이야! 뭐야?”
 
사토노의 기운 넘치는 기합 소리에 대한 대답은 격렬하게 놀란 비명소리와 함께 찻잔이 엎질러지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소스라치게 놀란 주인공은 하쿠레이의 무녀가 아니었다. 사토노가 문밖으로 나와 마주한 인간은 무녀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흑백의 옷을 입은 마법사였다.
 
“어라? 여긴 무녀의 집이 아니었나?”
 
“너... 너였냐. 유카리도 그렇고 너네들도 그렇고 왜 자꾸 사람 놀래키면서 나타나는 거야.”
 
마리사는 탁자 위에 쏟은 차를 옷소매로 닦으며 귀찮다는 듯이 사토노를 쳐다봤다. 하지만 사토노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문밖으로 빠져나와 신사 안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신사에 제대로 온 건 맞는데, 왜 무녀는 없는 거지?”
 
“레이무는 지금 없어. 내가 왔을 때도 이미 없었다구. 아마 마을에 장이라도 보러 내려간 거겠지.”
 
“그치만, 손님 대접은 제대로 돼 있는걸?”
 
사토노는 탁자 위에 놓인 찻잔과 과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내가 직접 꺼내온 거야. 레이무가 있었어도 어차피 내왔을 테니까 이건 훔쳐먹은 게 아닌 거지. 오히려 수고를 덜어준 거랄까.”
 
마리사는 마치 자랑질을 하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마리사의 뻔뻔함에 맞장구쳐 줄 생각은 없었지만 사토노에겐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마리사도 이변 당시 오키나를 찾아왔었으니 애당초 레이무 다음으로 찾아갈 예정이었던 사람이었다. 그저 순서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사토노는 마리사의 옆으로 다가가 살포시 앉았다.
 
“음? 뭐야? 기분 나쁘게시리.”
 
“사건 조사야. 너, 이 신사에 온 지는 얼마나 됐지?”
 
“얼마 안됐는데... 차를 끓이고 과자를 꺼내온 시간이 전부였으니까.”
 
“그럼 여기에 온 목적은?”
 
“차 마시기, 과자 뺐어 먹기, 시간 때우기.”
 
사토노는 마치 형사가 되어 용의자를 취조하듯 마리사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마리사는 귀찮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러면서도 일일히 사토노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그럼 다음 질문. 혹시 스승님이 여기로 오지 않았어?”
 
“스승님? 오키나 말이냐? 여긴 모르겠지만 우리 집엔 자주 온다.”
 
마리사는 별 생각 없이 전병 하나를 집어 입에 넣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사토노는 이거다! 하며 수색 작전의 큰 단서임을 확신했다. 오키나의 활동 범위를 알아낸 것은 물론, 이변 해결사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까지도 자신의 예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토노는 마리사에게 더 가까이 들러붙으며 물었다.
 
“스승님이 너희 집에? 왜?”
 
“같이 일해볼 생각 없냐고 계속 찾아오잖냐. 너처럼 아무 데서나 튀어나오니 문을 잠가 놔도 소용없고 말이야.”
 
“일? 스승님이 너한테 일을 시키려고 하셔?”
 
“응. 그것도 아주 집요하게.”
 
기껏 오키나의 목적을 알아냈다고 생각했으나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버렸다. 사토노에게 있어서 마리사의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오키나의 일은 항상 마이와 사토노 두 사람이 맡아서 하고 있다. 오키나의 능력 일부를 물려받았으며 오키나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기에 일을 수행하는 데에 있어선 그 둘보다 제격인 인물은 없었다. 굳이 부하들을 내팽개쳐두고 다른 사람에게 일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오키나에게 있어선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왜 너한테 일을 시키려고 하셔?”
 
사토노는 호기심을 한가득 품은 목소리로 마리사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마리사는 정색을 하며 사토노를 빤히 쳐다봤다.
 
“그걸 지금 나한테 묻냐?”
 
마리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거의 따지다시피 말했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고. 왜 그렇게 지겹도록 끈질기게 따라오는 건데? 사람이 거절하면 말을 좀 들으란 말이다 그 자식!”
 
마리사는 오키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허공에다 마구 주먹질을 하며 말했다. 그 주먹에 맞을뻔한 사토노는 몸을 옆으로 피한 덕분에 간신히 맞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리사가 막 열을 내려고 하는 것도 잠시, 마리사는 금방 흥분을 가라앉히고 두 팔을 털썩 내려놓았다. 그리고 옆에 벗어뒀던 모자를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휴 됐다. 슬슬 레이무나 찾으러 가야지. 더 물어볼 게 있는 건 아니지?”
 
“으, 응...”
 
사실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그 이상 마리사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될 것 같은 사토노는 말을 사렸다. 그 사이 마리사는 신사 밖으로 나가 문에 걸쳐 뒀던 빗자루를 집어 들고 있었다.
 
“에... 그냥 바로 가버리는 거야?”
 
“한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는 편이거든.”
 
어느새 빗자루 위에 자세를 잡고 올라탄 마리사는 사토노에게 인사의 표시로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그럼 간다. 오키나한테 가면 이제 나 좀 그만 찾아오라고 전해줘. 말이 통할진 모르겠지만.”
 
사토노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마리사는 순식간에 하늘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마리사가 혜성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후 신사에 혼자 남은 사토노는 턱을 집고 마리사의 말을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별로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오키나에 관해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어버렸다. 다른 사람에게 일을 부탁하는 것도, 그렇게 질릴 정도로 끈질기게 달라붙는 것도, 평소 사토노가 알던 오키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승님이 뭘 잘못 드셨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느낀 사토노는 원래 계획을 변경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은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사토노는 머리에 손을 대고 집중을 했다. 뭔가 알아낸 게 있으면 공유하기로 한 마이와의 연락을 위한 시도였다.
 
“마이, 들려?”
 
몇 초간의 짧은 시간이 흐른 후, 사토노의 정신이 마이의 정신과 연결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신호 너머로 마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 여기는 테이레이다 마이. 들린다 오버.”
 
마이는 목소리를 깔고 마치 액션 영화에 나오는 첩보 요원처럼 말하듯이 답했다.
 
“스승님에 관한 수상한 정보를 입수했어. 지금 네가 여기로 오는 게 좋을 거 같애.”
 
“지금? 그건 안된다. 이 몸은 지금 중요한 일을 수행 중이다 오버.”
 
“중요한 일이라고?”
 
“그렇다 오버.”
 
사토노는 마이의 대답을 이상하게 여겼다. 마이는 그렇게 하던 일을 꼼꼼하게 완수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잔머리라면 잘 돌아가는 편이다. 무언가 혼자만의 이익을 취하고 싶을 때 마이는 다른 이유를 대며 상황을 회피하곤 한다. 물론 마이와 함께 오랫동안 지낸 사토노에겐 통하지 않는 수법이었다.
 
“근데 마이? 혹시 지금 뭐 먹고 있어?”
 
“웁! 아... 아니다 오버.”
 
마이는 정곡을 찔린 듯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나만 빼놓고 맛있는 거 먹고 있지?”
 
“오해다 오버. 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버.”
 
“지금 어디야? 당장 거기로 갈 테니까 기다려!”
 
“침착해라 사토노 요원. 우리는 지금 임무 중...”
 
마이는 다급한 목소리로 사토노에게 변명거리를 생각하며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마이의 등 뒤에서 벌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이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반응하기에는 늦은 뒤였다.
 
“비겁하다~!!”
 
문에서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온 사토노는 그대로 마이의 위로 떨어져 내렸다. 두 사람은 서로 얽히고 꼬이며 바닥을 나뒹굴며 쓰러졌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먹어. 양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카센은 차 한 잔을 더 가져와 사토노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식탁에 펼쳐진 갖가지 알록달록한 케이크를 허겁지겁 입안에 쑤셔 넣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조금 전 카센의 등 뒤에선 갑자기 누군가 문을 열고 튀어나오더니 다짜고짜 오키나의 행방을 물었다. 그자가 오키나의 부하라는 걸 알아챈 카센은 편하게 자리를 마련하고 차와 케이크를 대접했다. 그러나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또 다른 오키나의 부하가 나타나서는 둘이 서로 엉망진창으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카센은 두 사람을 일으켜 정신을 차리게 할 겸 식탁에 앉혀놓았지만, 눈앞의 케이크를 집어 먹는 두 사람은 모습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정신없어진 모습이었다.
 
“맛있지? 환상향 안에선 안 파는 것들이야.”
 
“네 맛있어요. 엄청!”
 
사토노가 입가에 생크림을 잔뜩 묻히고는 말했다.
 
“음~ 이 엑설런트한 맛. 사토노, 이 까만색 맛도 먹어봐. 진짜 최고야.”
 
마이는 사토노에게 초코케이크 조각을 건네주며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많이 먹겠다고 다투던 둘이 서로 나눠 먹는 모습이 제법 따뜻해 보였다. 그대로 계속 사이좋은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카센은 먹는 데에만 집중하는 둘 사이에 끼어들어 말을 걸었다.
 
“그래서, 이제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두 사람의 시선이 카센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손과 입은 여전히 케이크를 마구잡이로 집어 먹는 데에 바빴다.
 
“두 사람 다 여긴 뭐하러 온 거야? 오키나의 행방에 대해 물었었지?”
 
오키나라는 이름을 듣자 두 사람은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듯 바쁘게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곤 입안의 케이크들을 씹지도 않고 그대로 꿀꺽 삼켜버렸다.
 
“맞다. 완전히 잊고 있었네.”
 
마이가 완전히 목적을 잊어버렸던 자신들이 조금 바보같이 느껴진 듯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그러게. 우리는 수색 작전 중이었는데. 마이, 뭔가 알아낸 거라도 있었어?”
 
똑같이 창피함을 느낀 사토노는 금세 작전에 임하는 자세로 마이에게 물었다. 하지만 마이는 입안에 넣은 포크를 우물거리기만 할 뿐, 섣불리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있긴 한데, 그게 좀 이상해.”
 
“이상하다니 뭐가?”
 
사토노는 더욱 궁금해졌다는 듯이 물었다. 마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안에 넣은 포크를 빼내며 말했다.
 
“요괴 고양이한테 들은 건데, 스승님이 우릴 찾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 우리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다른 사람한테 묻고 다녔다는데... 이건 말도 안 되지?”
 
마이는 스스로 말하면서도 자신이 한 말이 굉장히 어이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사토노는 마이의 생각만큼 당황하거나 낯설게 여기지 않았다.
 
“사실 나도 이상한 얘기를 들었어. 스승님이 다른 사람한테 일을 부탁하고 다닌다는 거야. 우리 말고 아무 능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한테 말이야.”
 
“말도 안 되네.”
 
“너희들, 오키나가 요즘 뭐 하고 다니는지 모르는구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로 카센이 두 사람의 대화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마이와 사토노는 동시에 말을 멈추고 카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키나가 아무 말도 안 해줬어?”
 
카센의 물음에 마이와 사토노는 다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서로를 향해 혹시 오키나로부터 뭐 들은 거 있냐는 눈치를 보낸 거였지만, 둘 다 똑같이 멍청한 눈동자를 깜빡거릴 뿐이었기에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아냐. 됐어. 정말 모르나 보네.”
 
“선인님은 스승님이 어디 계시는지 아세요?”
 
“뭐 하고 계시는지도 아세요?”
 
마이와 사토노는 어미 새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아기 새들처럼 다그치며 물었다. 그 다그치는 질문과 대조되게 카센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오키나는 너희들의 후임을 찾고 있어.”
 
“후임... 이요?”
 
마이와 사토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그래. 지난 사계이변은 오키나가 너희 후임의 후보를 고르기 위해 일으킨 것. 이제 그 후보가 좁혀졌으니 본격적으로 스카웃 제의를 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거지. 너희 둘은 원래대로 돌려놓고 후임에게 일을 물려주려고.”
 
카센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다소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으로 벙쪄 있었다. 자신들이 일으킨 이변에 그런 뜻이 있었는지 몰랐을뿐더러 후임에게 일을 물려줄 거라는 얘기도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카센의 말에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오키나가 두 사람만 남겨 놓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것도, 수색 중에 들었던 이상한 얘기들도 전부 납득이 되었다.
 
“그럼, 스승님이 찾고 있었다는 부하는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건가.”
 
“일을 부탁하고 다니는 건 우리를 대신해서 일할 사람을 찾는 거고..?”
 
오키나의 의도를 알아버린 두 사람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에게 말 한마디 안 해주고 새로운 후임을 찾고 다닌다는 것이 내심 서운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두 사람에게 있어서 오키나의 명령만은 절대적이었다. 오키나가 부하를 다른 사람으로 갈아치우기로 마음먹었다면 싫더라도 그 뜻에 따라야만 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불편한 감정을 꽁꽁 숨기려고 몸을 움츠리기만 할 뿐이었다.
 
“너희 둘은 그러기 싫은 거지? 하여간 오키나는 제멋대로라니까.”
 
애써 숨기려고 한 두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카센이 물었다. 그 물음에 두 사람은 차마 그렇다고 대답은 못 하고 소심하게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렇다면 너희들, 맨날 명령대로만 따르지 말고 가끔은 너희가 원하는 걸 말해보는 게 어때? 오키나는 유능하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남의 마음은 잘 모르니까.”
 
두 사람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카센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두 사람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몇 분간,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시간만이 흘렀다.
 
“사토노...”
 
짧은듯 긴 침묵의 시간을 깨고 들려온 것은 사토노의 귓가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였다. 그 즉시 사토노는 마이를 향해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왜 그래, 마이?”
 
“응? 내가 뭘?”
 
마이도 사토노를 향해 고개를 돌려 마주 보았다. 하지만 마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얼굴로 오히려 사토노에게 되물었다.
 
“아까 나 불렀잖아?”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사토노... 사토노 들리는가?”
 
마이의 얼빠진 표정을 바라보는 사토노에게 아까와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사토노는 그제서야 자신에게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아챘다.
 
“우왓! 스승님!”
 
목소리의 정체를 눈치챈 사토노는 식탁을 쾅 하고 내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뭐야? 스승님께서 연락하신 거야?”
 
마이도 사토노 못지않게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희들, 어딜 돌아다니고 있는 거냐. 자리도 비워 놓고.”
 
“지, 지금 바로 돌아가겠습니다!”
 
사토노는 허둥지둥 자리를 정리하며 자신의 등 뒤에 후호의 나라로 돌아가기 위한 문을 생성했다. 그 모습을 보는 마이도 발을 동동 구르며 똑같이 등 뒤에 문을 만들어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토노는 오키나의 말에 고개를 꾸벅거리며 몇 번의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내 오키나와의 연락이 끊어진 듯 긴장을 풀고 숨을 푹 내쉬었다.
 
“뭐라셔?”
 
“빨리 돌아오래. 아마 이번에도 적잖이 꾸중 들을 거 같아.”
 
“너무하셔.”
 
오키나의 명령대로 두 사람은 후호의 나라로 돌아가기 위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나서도 둘 중 누구도 쉽사리 문 너머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키나가 자신들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이상, 돌아가서 무슨 낯짝으로 봐야 할지가 걱정이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어찌해야 될지 모르고 서로 눈치만 보며 망설이고 있었다.
 
“가봐.”
 
망설이는 두 사람에게 카센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줬다.
 
“괜찮을까요?”
 
“스승님한테 뭐라고 말하죠.”
 
“솔직하게 말하면 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카센은 두 사람의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다독여주며 말했다. 그리고 마치 두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듯 등을 살며시 밀어 문턱을 넘게 했다. 마이와 사토노도 물러설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이후 스스로 발을 움직여 문 너머로 걸어 나갔다.
 
“다음에 또 와. 오키나한테 안부 전해주고.”
 
“또 올게요.”
 
“꼭 올게요!”
 
문을 넘어 떠나가는 두 사람은 카센에게 팔을 마구 흔들며 인사했다. 카센도 닫히는 문틈 사이로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후호의 나라로 돌아온 두 사람은 곧장 오키나에게로 향했다. 오키나는 늘 있는 곳에 의자 채로 앉아 여러 문 너머를 들여다보며 환상향의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오키나를 발견한 마이와 사토노는 일하고 있는 오키나의 의자 뒤로 다가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스승님, 저희 왔습니다.”
 
마이와 사토노가 오자 오키나는 들여다보고 있던 수십 개의 문을 전부 동시에 닫았다. 그리고는 의자를 빙글 돌려 자신을 찾아온 부하들과 얼굴을 마주했다.
 
“그래. 어딜 갔다 오는 것이냐.”
 
오키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두 사람을 향해 그렇게 물었다. 마이와 사토노도 숨겨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사실대로 말을 꺼냈다.
 
“산에 사는 현자님의 집에 있었습니다.”
 
“케이크도 얻어먹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오키나는 역시 그러려니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눈에 띄게 행동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게다가 밥 먹기 전에는 군것질하지 말라고 했거늘.”
 
오키나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을 혼내듯이 두 사람을 쏘아붙이듯 말했다. 그 둘도 자신들이 잘못했단 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이제부터는 부하들의 훈계를 위한 오키나의 지독한 잔소리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두 사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뭐, 됐다.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니 오늘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다음부터는 조심하거라.”
 
그렇게 말하며 오키나는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돌려 다시 수많은 문 쪽으로 향했다. 오키나가 등을 돌리자마자 두 사람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더 이상 자신들에게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한 오키나의 반응에 카센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또다시 이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두 사람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한 듯 각오를 다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 스승님!”
 
먼저 말을 꺼낸 건 사토노였다. 오키나는 자신을 불러 세운 목소리를 향해 의자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느냐?”
 
“선인님께 들었어요. 저희를 대신할 후임을 찾고 계신 거죠?”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거죠? 이제 스승님이랑 같이 지낼 수 없는 거예요?”
 
사토노에 말에 덧붙여 마이도 다급한 목소리로 오키나에게 말했다.
 
“저희 계속 여기서 일하게 해주세요.”
 
“셋이 흩어져 버리기 싫어요.”
 
“말 잘 들을게요.”
 
“밥 먹기 전에 군것질 안 할게요!”
 
“물건 아무 데나 어질러 놓지 않을게요!”
 
“자기 전에 양치도 꼭 할게요!”
 
“버리지 말아 주세요!”
 
마이와 사토노는 한치 숨 고를 틈도 주지 않고 애걸복걸하며 요구를 늘어놓았다. 그 모습에 오히려 오키나가 당황스러워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의 뜻에 거역하지 않던 두 사람이 저렇게 끝도 없이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키나는 이 낯선 상황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기에 오키나는 그 모든 말에 일일이 대답하는 대신 입을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푸흡.”
 
“...스승님?”
 
“후후훗... 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스... 스승님!?”
 
“아아... 역시 안 되는 건가? 잘못했어요!”
 
오카나의 호탕한 웃음에 두 사람은 더욱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평소 호되게 잔소리를 들을 때보다 더 불안에 몸을 비틀었다. 한바탕 시원하게 웃고 난 오키나는 어쩔 줄 몰라하는 두 부하들의 표정을 보았다. 그리곤 머리를 손으로 짚고 허탈하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참. 너희 둘을 자유롭게 해주려고 몇 날 며칠을 고생하며 돌아다녔더니, 돌아오는 대답이라곤 버리지 말아달라니.”
 
그렇게나 웃던 오키나는 이번에는 한숨만을 푹푹 내쉬었다. 마이와 사토노는 오키나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때문에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해방을 원하지 않느냐?”
 
하지만, 오키나가 그렇게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을 할지는 이미 이곳에 오기 전부터 정해두고 있었다.
 
“저는 스승님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저도 그래요.”
 
마이와 사토노는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한치 흔들림 없는 두 사람의 말과 눈빛에 오키나는 알았다는 듯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구나. 처음부터 너희들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니 바라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입을 벌리며 얼굴을 환하게 폈다. 마치 얼굴에 '해냈다!' 라고 적혀 있는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미처 기쁨을 표현하기도 전, 오키나는 다시 분위기를 무겁게 잡으며 두 사람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내 부하로 계속 남아 있겠다고 한다면 방금 전 그냥 넘어가겠다고 한 말은 무효다. 멋대로 행동하며 내 뒤를 캐고 다닌 것에 대한 벌은 받아야겠지?”
 
오키나는 등 뒤에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며 말했다. 오키나의 명령에 거역한 대가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마이도 사토노도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는 듯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두 사람에게 오키나는 차갑고도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둘, 앞으로 한 달간 간식은 없다.”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마치 나라를 잃은 듯한 표정으로 무너져 내렸다.
 
“아... 스승님. 제발 그것만은...”
 
“할복하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사토노는 양손에 불이 나도록 싹싹 빌었고 마이는 자신의 배를 잡아가르는 시늉을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 모습을 본 오키나는 자신의 부하들이 귀엽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농담이다. 다른 녀석의 간식을 맛있게 먹고 온 것에 질투가 났을 뿐이다.”
 
오키나의 말 한마디에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얼굴을 활짝 폈다.
 
“그나저나 카센 녀석, 그런 비싼 음식 맛을 보여주다니, 이러면 식비 조절이 힘들어지잖냐.”
 
오키나는 고개를 돌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약간은 투덜거리듯이 말하는 오키나에게 두 사람은 조심스레 물었다.
 
“간식... 주시는 거죠?”
 
“물론이다. 다만 먹은 만큼 다시 일해줘야 할 테니 앞으로 각오하도록.”
 
“넵!!”
 
“예엡!!”
 
두 사람은 동시에 벌떡 일어서며 오키나를 향해 경례 자세를 취했다. 오키나도 그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의자를 돌리고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갔다.
 
그날 이후, 오키나가 마이와 사토노에게 시키는 일은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 아니, 평소대로의 일에 그간 밀렸던 일들까지 더해 몇 배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그뿐이면 얼마나 좋으랴. 오키나는 두 사람을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때문에 일하는 시간 외에도 훌륭한 제자가 되기 위한 교육,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 침입자에 맞서기 위한 훈련까지. 한시의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친 두 사람은 오늘도 완전히 녹초가 되어 널브러지듯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힘들다 사토노.”
 
“나도 마이.”
 
과연 이것은 기뻐해야 할 일일까, 슬퍼해야 할 일일까. 힘들긴 하지만 어찌 됐든 마이와 사토노는 이번 작전을 대성공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동안 엄하기만 했던 오키나가 한층 상냥해진 것은 물론, 자신들을 쓰고 버리는 장기 말이 아닌, 평생을 함께할 가족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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